(동양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일 귀국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핵 대응과 한미동맹 발전 등 외교·안보문제 이외에도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우리의 경제사절단이 향후 5년간 미국에 풀 돈이 4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 현대차, LG전자 등 52개사는 이번 방미 기간 약 40조1000억원(미화 352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및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미국 내 공장 설립, 설비 투자 확충, 기업 인수, 항공기와 원자재 구매 등에 쓸 자금이다.
충북에서도 유일하게 청주의 글로벌 강소기업 메타바이오메드 오석송(63)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다녀왔다. 오 회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지난 19년간 무려 5명의 대통령 해외순방 길을 함께 다녀오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정상회담 때 재계가 상대국에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나쁜 협정이라며 폐기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미 정부의 이런 통상 압력을 미리 누그러뜨리고 현지 시장 공략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재계의 ‘선물 보따리’를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세탁기공장을 짓는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약 4432억원(3억8000만 달러)규모로 당초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도 2020년까지 약 1조7100억원(15억 달러)을 추가 투자키로 했다.
SK그룹은 셰일가스 탐사·생산 등 에너지 분야에 약 5조160억원(44억 달러)을 투자한다. 최태원 회장이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콘티넨털 리소스 등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과 신차·신엔진 개발에 약 3조5340억원(31억 달러)을 투자한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약 2850억원(2억5000만 달러)을 들여 연산 100만대 규모의 세탁기공장을 짓고, 뉴저지주에는 약 3420억원(3억 달러)을 들여 북미 신사옥을 건축하기로 했다. 두산, CJ도 각각 1조1140억원(10억 달러) 안팎을 미국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미 투자가 ‘선물 보따리’로만 그쳐선 안 된다. 미국 측과 우호적 관계를 다져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종잣돈(시드머니)이 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흑자가 줄고,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큰 격차와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양국 정상의 만남은 우호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양국간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주요 매체들도 이번 경제사절단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발맞추고 미국 시장 공략을 노리는 전략적 결정”이라며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약해지면 그 반사이익은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다. 아울러 큰돈을 투자하는 만큼 미국 측 상대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 상응하는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가 미국 측과 우호적 관계를 다져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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