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청원구 건축과 주무관 류다정

(동양일보) 우리는 흔히 ‘문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건축물보다는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도서관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문화란 인류의 지식‧신념‧행위의 총체를 일컫는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행위와 그러한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 등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문화’라 말할 수 있다. 건축물 역시 인간의 일상과 다양한 생활상을 담고 있는 공간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헤스코비츠는 ‘문화란 한 사회나 그룹의 구성원들 사이에 동의된 인식, 감각, 행동, 믿음, 가치, 규범, 관습’이라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구성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세상을 보는 방법이나 행동하는 방법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화라는 틀 안에서는 개인적인 느낌이나 의도보다는 집단적이고 대중적인 해석을 더 존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고 평론가들이 극찬을 하는 작품들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지루한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영화들의 창의성이나 독창성, 작품성은 높이 평가될 수 있지만 이해가 쉽지 않고 까다로운 부분이 대중들에게는 쉽게 문화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문적으로 인정받거나 높이 평가되는 유명한 건축가의 디자인이나 건축물들 가운데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건축물들이 많다. 그런 건축물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일부는 이기적이고 불편한 건축이라며 비판을 받기도 한다.

건축 역시 하나의 예술 분야이고, 어떤 건축물들은 눈에 띄는 디자인이나 기능으로 그 도시의 랜드마크가 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예술 행위와는 달리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편리성과 실용성 등이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 다른 예술품과 가장 다른 점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예전에는 그저 보기에 아름답고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편의와 실용성 중심의 건축물은 실리만 추구하며 상업적이기만 하다고 부정적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건축 인허가 업무를 맡아 다양한 법규를 검토하고 공부하면서 점차 건축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주된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건축물 사용의 주체는 사람들, 즉 대중이다. 따라서 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 건물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죽어 있는 건축물이 돼 존재할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에 치우친 건축물이나 혹은 반대로 법규에만 끼워 맞추는 건축물이 아니라 설계자는 사용자를 고려해 목적과 용도에 맞는 건축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고,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역시 기본적인 검토사항뿐 아니라 건축주와 사용자, 그리고 타인에게도 피해가 가거나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보다 세심하게 검토하고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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