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충북지사 부장 한배석

(동양일보) 오랜 가뭄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빗길에서 과속으로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젖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가장 위험한 것이 수막현상입니다. 수막현상은 비가 많이 오거나 도로가 젖어 타이어가 노면에 직접 접촉되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때 자동차는 핸들과 브레이크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게 되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거리가 길어지게 되어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고속으로 주행할 때나 옆바람이 불 때는 자동차가 도로에서 이탈하는 위험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니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넉넉하게 확보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어쩔 수 없이 주행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에 따른 안전운전요령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타이어의 절반 정도, 범퍼의 밑 부분까지 물이 찰 경우라면 머플러의 일부가 물에 잠겨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만 타이어의 절반 이상 물이 찬 도로를 운행 도중 기어변속을 위해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잠시 늦추면 엔진 회전수가 낮아지면서 파이프로 물이 들어가 시동이 꺼지게 되는데요. 이럴 경우 재차 시동이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빗길 주행 중 부득이 하게 물웅덩이를 통과할 때는 배기통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급적 저속 기어를 사용하여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또 군데군데 고여 있는 물을 통과할 경우는 타이어 수막현상이 일어나거나 한쪽 타이어에 큰 저항이 걸려 차가 급격히 한쪽으로만 쏠리게 됩니다. 이때에는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어 속도를 줄이며 핸들을 꺾지 말고 쏠리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잡고 있어야 하는데요. 차가 갑자기 한쪽으로 쏠린다고 급제동이나 급격한 핸들 조작을 하면 2차 사고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빗길에서의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브레이크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엔진브레이크는 노면이 미끄러울수록 효과가 더욱 큰데요. 브레이킹을 하기 전 미리 기어를 5단에서 4단, 3단 순으로 부드럽게 시프트 다운해 속도를 낮추면 이어지는 브레이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한 엔진브레이크도 위험이 따른다는 것 꼭 기억해야 합니다.
빗길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질 경우라도 당황하지 말고 목표 지점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핸들을 목표 방향으로 돌려주는 ‘카운터 스티어’를 이용해야 합니다. 일반 운전자가 훈련 없이 이 기술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목표점에 시선을 고정하면 본능적으로 핸들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므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자동차 경주에서는 이 기술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미끄러운 길에서 효과적인 기술입니다.
빗길 코너링을 할 경우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속도가 낮아야 하는 것은 필수이며 코너링 각도에 따라 타이어의 배수 능력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직진 상태에서의 배수력이 좋더라도 코너링에서는 다른 영향이 있는데요. 타이어의 패턴에 따라 직진 성능은 좋지만 핸들을 꺾은 양에 따라 급격히 그립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차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는 것도 하나의 안전 기술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자동차에는 ABS가 기본으로 장착된 차량이 많은데요. ABS는 빗길에서 브레이크를 잠기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어 별다른 기술이 없더라도 브레이크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ABS는 급한 코너링을 제외한 직진 상태에서, 급제동을 하더라도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아 차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데요. 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소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방향을 바꾸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동차의 추돌사고는 불과 몇 미터 차이의 제동 거리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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