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홍준표가 부활했다. 불과 두달 전 대선에서 참패한 그가 제1야당이자 제1보수정당의 당 간판으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5만1891표(65.7%)의 지지를 얻어 원유철 의원(1만8125표·23%)과 신성진 의원(8914표·11.3%)을 크게 눌렀다.
홍준표의 등장과 함께 지난해 12월 이정현 전 대표 체제가 붕괴한 지 반년 만에 정식 지도부가 출범한 것이다.
당 간판이 된 그가 과연 침몰직전의 자유한국당호를 어떻게 살려 낼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론은 엄존한다. 또 그가 건강한 보수재건에 합당한 인물이냐는 부정적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선 패배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그가 당 대표로 복귀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썩은 환부를 도려 내기는 커녕 상처를 그저 봉합하는데 급급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체제로 바른정당과의 보수 정통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홍준표는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을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맞는 말이고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런데 홍준표 등장으로 당 혁신 작업은 물론 건강한 보수정치가 다시 기로에 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홍준표는 막말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는 대선을 거치면서 고착됐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대선 패배 이전으로 퇴행적 선택을 하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준표의 막말은 ‘시리즈’로 엮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특히 대선기간중 보여준 색깔론과 종북몰이는 도가 지나쳤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그럼에도 그는 24.03%의 지지를 얻어 2위를 했다.
그의 막말정치 배경엔 ‘진보좌파’를 공격함으로써 ‘보수우파’를 대변하고 현재 양분돼 있는 국민들의 이분법적 갈등을 이용,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는 대선 패배후에도 문재인 정권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출국 전 “비록 친북좌파 정권이 탄생했지만 이 나라가 친북·좌편향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자신이 그토록 주장해 왔던 친북좌파 정권 탄생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당 대표 경선 와중에는 4, 5선의 경쟁 후보들을 향해 “애들 데리고 토론 못하겠다”고 해 반발을 샀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아주 나쁜 x들’ ‘주사파 정권’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당면한 과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내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내는 거다.
보수당으로서의 자유한국당의 현 처지는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하기 그지 없다. 지난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7%였다. 대선에서 패배한 자유한국당은 좀 더 겸손해지고 국민들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하는데 국민들의 경고를 허투루 여긴 결과다.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이라면 야당이 됐어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는데 무조건 반대하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야당으로부터 공격과 비협조를 당했다고 해서 똑같이 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앙갚음으로 비쳐질 뿐이다.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이 살려면 구태의연한 행태를 벗어야 한다. 비록 홍 대표가 1억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수정당 대표로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막말 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홍 대표부터 경박한 처신과 막말을 삼가야 한다. 케케묵은 종북타령 그만 하고 107석을 거느린 당 대표답게 선당후사의 자세로 무게 있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홍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인적, 조직, 정책혁신 등 3대 혁신을 선언했다. 지극히 당연한 이 약속을 반드시 실천해 보수의 대표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는 자신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우선하는 품격있는 통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홍 대표도 살고 자유한국당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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