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진로변경 전·입학제’ 올 상반기만 59명 신청
특성화고→일반고는 55명…‘대졸 취업난 가중 여파’ 때문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 일반고에 다니던 A군은 최근 특성화고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부모님 권유로 마지못해 일반고에 진학했지만 오로지 대학에 가기 위한 국·영·수 중심의 수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전자공학 엔지니어가 꿈이라는 A군은 “특성화고로 옮길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열심히 공부해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북지역 일반고 학생들이 취업 등을 이유로 특성화고 쪽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있다.

5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일반고·특성화고 1학년을 대상으로 지난 4일까지 올해 상반기 전·입학 신청을 받은 결과 59명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길 것을 희망했다. 반대로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계열을 바꾸겠다고 한 학생은 55명이었다.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진로변경은 1학년 때 가능하다. 고교 진학 후 진로 적성이 맞지 않는 학생들이 계열변경을 통해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진로변경 전·입학제도’에 따른 것이다.

제도 도입 이전 학생들은 소질과 적성이 맞지 않으면 학업을 포기하기 일쑤였다. 고교 진학 학생들 중 적성이 맞지 않아 학업을 포기하거나 원하지 않는 학교에 진학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어도 까다로운 전·입학 절차의 벽에 막혀 쉽게 학적을 바꾸지 못했던 것이다.

일반고 학생들의 직업 교육 과정이나 직업 위탁교육도 진행됐으나 학생·학부모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제도 덕에 연간 100여명의 학생들이 학업 중단 없이 자신의 꿈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충북의 경우 학교별로 정원 대비 결원을 기준으로 전·입학 허가인원을 산출해 1학기와 2학기말에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희망 학생 모두가 계열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단결석 일수가 5일 이상이거나 사회봉사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경우는 옮길 수 없다.

희망학생은 2개 학교까지 신청할 수 있다. 특성화고로 옮길 때는 2개 학과를 지망할 수 있다. 같은 학교라도 과가 다를 경우엔 2개 학교로 인정된다. 신청 학생이 몰릴 경우 중학교 내신 성적, 출결점수, 수상실적과 자격증 취득을 토대로 순위를 가려 대상자를 선정한다.

진로변경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무게중심은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의 이동에 더 쏠린다. 2013~2016년 도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계열을 바꾼 학생은 243명로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옮긴 203명보다 40명 더 많았다.

이는 대졸자들의 취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특성화고가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고의 교육과정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올해 마이스터고를 제외한 도내 26개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40%로 나타났다.

반면 진로변경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의 경우 전입학교의 교육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배정에 앞서 진로변경에 관련한 학생상담을 5회 이상 실시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진로변경 전·입학제도를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시 한 번 진로에 대해 숙고하고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진로 변경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로를 변경한 이들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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