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발사 현장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레드 라인’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ICBM 발사의 성공 척도는 대기권 밖으로 나간 ICBM 탄두가 6000∼7000도의 고열과 진동을 견디며 목표 대상이 있는 대기권 안으로 안정적으로 재진입하느냐의 여부에 있다. 북한의 ICBM급 기술의 축적과 실험 성공이 ‘레드 라인’과 ‘레드 존’을 넘어선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그것의 비거리가 미국 본토를 관통하는데 있다. 이는 미국의 대북 강경조치를 불러일으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를 비화로 전쟁의 위기상황까지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이번 실험이 ‘기계적 삭마’에 불과한 것으로, ICBM 탄두부가 대기권 재진입 환경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삭마’ 기술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핵탄두가 대기권 재진입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단계까지 진전된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위기’가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북 유화 제스처를 준비하고 있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매우 당혹스런 일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한미 정상이 협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가 없다”며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우리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북한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지시로 5일 오전 7시 동해안에서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훈련이 진행됐다. 이날 훈련에선 현무-2와 미8군의 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동시에 사격해 북한 지도부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 정부도 5일 북한의 ICBM 발사 주장을 공식 확인하고, 틸러슨 국무부 장관의 공식성명을 통해 “더욱 강력한 조치로 ICBM 발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레드 라인(ICBM 발사)’을 넘을 경우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초강경 대응에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한층 강력한 대북 제재가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대응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와 니미츠호를 한반도 해역에 전개하고 핵잠수함 샤이엔호와 B-1B 전략폭격기 등을 상시 전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마지막 옵션으로 검토되고 있는 ‘선제 타격론’은 부디 검토 수준에서만 머물러야 한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밝혔듯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난다면 한국전 이후 최악의 전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분을 사면서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북한의 속내는 무엇인가. 그들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상생’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공멸’의 방식으로 화답하는 북한의 ‘우리식 로드맵’은 위험천만한 일일 뿐이다. 7500만 민족의 생존권을 담보로 펼치는 벼랑끝 전술을 북한은 여기서 멈추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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