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이태백의 <장진주(將進酒>라는 시에 보면 “하늘이 나에게 재주를 준 것은 다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天生

我才必有用).”라는 구절이 있다. 그에게는 술을 잘 마시고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있었다. 술을 마시고 일필휘지 쓰고 나면 첨삭을 하지 않아도 좋은 노래가 되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술과 관련된 노래와 달을 노래한 시가 많다. 이태백이 죽은 후 비로서 달이 한가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이태백의 시에는 달이 많이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는 달이지만 그에게는 늘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로 인해 달은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되기도 하고, 그리움의 표상으로 빛나기도 하였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들과 달랐던 것이다. 하늘이 그에게는 그러한 재주를 주었고, 그것을 십분 활용하여 천하제일의 시인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찾아야 한다. 필자의 어린 시절 콤플렉스는 빼빼마르고 못생긴 외양이었다. 얼마나 말랐는지 초등학교 6년 내내 갈비씨라는 별명이 떠나지 않았고, 중학교에 가서는 해골, 광대뼈 등의 듣기 민망한 별명이 따라다녔다. 초등학교 졸업할 당시 몸무게가 29kg이었으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겨우 59kg이 되었고, 이 체중은 30년 이상 지속되었다. 해골이나 광대뼈라는 별명이 그렇게 싫었지만 친구들은 개의치 않고 불러댔다. 그런데 미국에서 놀던(?) 시절 미국인 여학생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한 마디 하였다. “광대뼈가 저렇게 나왔으니 얼마나 좋을까?”하는 것이었다.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 아닌가? 한국에서는 광대뼈가 너무 나와서 항상 놀림받고 살았는데, 미국에서는 광대뼈나온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나라에는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생각해 보니 유명한 여배우들 중 광대뼈가 유난이 튀어나온 인물들이 많았다. 자신들에게 없는 것을 갖고(?)있는 동양의 갈비씨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또 한 번은 대학원에서 종강하고 대천에 세미나 갔을 때, 젊은 대학원생 부부가 다가오더니 얼굴을 한 번 손으로 만져보면 안되겠느냐고 물었다. 당돌한 부부였지만 늘 그들과 격의없이 지내던 터라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다. 부부교사는 교대로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찔러 보더니 “진짜잖아.”하고 웃었다. 무엇이 진짜냐고 했더니 두 부부가 내기를 했다고 한다. 필자의 피부가 너무 좋아서 화장효과인가 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여교사는 얼굴에 바른 것이라고 했고, 남자교사는 맨얼굴일 것이라고 하면서 내기를 했는데, 남편이 이겼다. 어떻게 하면 피부가 그렇게 좋냐는 질문도 잊지 않았다. 필자는 전혀 그런 생각 없이 살아왔는데, 제자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필자는 딱 한 마디만 했다. “현미밥 먹어.” 예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 식사 대접한다고 식당에 모시고 갔는데 그분이 현미밥을 싸가지고 왔다. 그분은 8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얼굴이 청년처럼 팽팽하다. 그 때부터 필자도 5년 정도 현미밥을 먹으니 본인은 느끼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상당히 질 좋은 피부를 간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목사님도 몸이 약해서 현미를 상식하게 된 것이고, 필자도 지나치게 마른 체형의 스트레스로 현미를 계속 먹어왔던 것인데 나중에는 그것이 피부에 큰 도움을 주었다. 스트레스나 콤플렉스를 잘 활용하면 오히려 반전의 보배가 될 수가 있다.

탤런트 최주봉 씨도 얼굴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 얼굴에 무슨 탤런트냐”고 핀잔도 많이 받았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웨이트 박’으로 뜨고 나서 승승장구했고, 지성이라는 탤런트도 턱선이 강해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강인한 인상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쓸모가 있을 때를 기다리든지 기회를 만들면 된다. 자폐아 중에도 수학적 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있고, 뇌성마비 소년도 시를 잘 쓰는 친구가 있다. 찾아보면 좋은 재능이 있는데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 모를 뿐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난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기 전에 가장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것이 남들에게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자신의 가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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