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대전지법 형사6단독은 최근 주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앙부처 공무원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세종시로 이전한 A씨는 2012년 6월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1년의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아파트 분양권을 470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판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 형사3부도 지난 2일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A·B씨 모두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지 않은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도록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재판부는 앞서서도 불법 전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세종지역 부동산중개업자 3명에 대해 비슷한 이유를 들어 원심을 깨고 8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었다. 법원은 검찰이 재발 방지 등을 위해 불법전매 관련자들에게 징역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법자들이 불법전매로 부당 이익을 거두고 부동산 시장은 과열되고 법을 지킨 국민들은 피해를 봐도 법원이 이를 외면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판결 주문과 법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은 것은 마땅하다.
지난해 대전지검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등 부동산 투기 사범에 대해 집중 수사해 모두 20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에는 공무원 40여명도 포함됐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중앙부처 공무원 9900명 가운데 실제 입주자는 62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세종시로 옮기는 공무원들에게 분양아파트 전체의 70%(2014년부터는 50%)를 우선 분양했다. 세종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세종시 출범 초기엔 분양권에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을 정도였으니 상당한 혜택이었다. 그런데 이를 활용해 분양을 받은 뒤 거주는 하지 않고 분양권이나 집을 팔아 차익만 챙겼다면 국민을 배신한 것이다.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를 악이용한 관련 공무원의 도덕성이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 짐작이 간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불법전매에 대한 처벌이 그야말로 솜방망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 세종시는 투기 단속 대상 지역이지만 아파트 값은 여전히 뜨겁다. 세종은 지난달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감정원이 2일 발표한 6월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세종시의 올해 상반기(1~6월) 상승률은 2.62%로, 작년 같은 기간(0.25%)의 10.5배에 달했다. 투기세력에 의한 부동산 시장 왜곡이 심각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불법에 단속되더라도 이번처럼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면 불법전매를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엄청난 이득을 보장하고도 남는 불법전매를 부채질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이번 같은 판결이 이어지는 한 불법전매 근절은 말 뿐이다. 지금 규제로는 불법전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당국이 적용한 관련법의 한계다. 비현실적인 법 규정을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징벌적 처벌을 포함한 현실적인 법 마련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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