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청주대 대외협력실장>

자전거 라이딩은 근래 나의 삶 속에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평일 저녁 무심천을 따라 청남대를 다녀오기도 하고 미호천 쪽으로 가면 합강공원이나 세종시 왕복이 가장 즐겨 타는 코스다. 동호회의 정기 모임이 있는 주말이면 수풀이 예쁜 산이나, 바닷바람 시원한 섬으로 멀리 나가기도 한다. 박으로 갈 경우에는 어김없이 맛난 음식과 막걸리를 나누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빠져든다. 어떤 경우라도 행복감은 충만하다.

단순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수준을 넘어 자전거를 타는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는 것은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건 2012년 무릎 연골판 수술후 재활을 위해서였다. 의사는 실내 자전거를 권했지만, 헬쓰장에서 자전거타기는 답답하고 지루한 그야말로 재활운동일 뿐이었다. 자전거를 한 대 사서 주로 한강변의 자전거도로를 타기 시작했고, 조금씩 멀리 아라뱃길까지 오가며 거리를 늘렸다. 그러다가 좀 더 멀리 라이딩을 하고 싶은 생각에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을 장만하여 차에 싣고 여행을 가서 인근 라이딩을 즐겼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보니 거기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자전거 인생에서 일대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찾아왔다. 지인이 라이딩 총무로 활동하고 있던 자전거 동호회 CCC를 만나게 된 것이다. CCC는 일본 돗토리현으로 해외원정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었고, 나는 케스트로 참가하여 3박4일을 함께 했다. 아름다운 해안으로 유명한 돗토리현의 미호만(美保灣)을 따라 풍광을 만끽하며 달리고, 일본 10대 명산중 하나인 다이센(大山)에서는 10km의 계속되는 오르막 길을 심장과 허벅지가 터져나가는 듯 힘들었었지만 끝까지 완주해낸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합류하게 된 자전거 동호인 모임 CCC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고, 동호회와 함께 한 라이딩을 통해 절대 잊을 수 없는 수많은 추억들이 켜켜이 쌓이고 또 쌓였다.

제주도 환상 자전거도로 일주, 슬로시티 전남 신안 증도와 변산반도, 강원도 화절령, 산음자연휴양림, 신시모도, 영흥도, 섬진강, 대마도... 그중에서도 아마 역사상 최초로 화절령을 미니벨로를 타고 넘은 일과 철인3종경기에서 완주 메달을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은총이 철인3종경기 참가는 자전거 타기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대회참가를 위해 서울 남산 · 북악산길과 시화방조제 제방도로에서 훈련도 하고 좀 더 전문가스럽게 탈 기회가 되었다.

자전거도 종류별로 구색을 갖췄다. 화절령을 다녀와서 MTB를 사고, 은총이 철인3종경기 출전을 위해 싸이클을 구비했다. 이젠 라이딩 상황에 맞춰 자전거를 골라서 갖고 다닌다.

자전거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를 진행중이다. 인천 아라뱃길부터 한강, 새잿길까지 스탬프를 찍었고 낙동강 구간을 남겨두고 있다. 무엇이든 새로운 목표를 갖는다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설렘이자 두려움이다. 국토종주를 어서 마무리짓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나서려 한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땅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는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나가는 일은 복되다” (김훈의 ‘자전거여행’ 중에서)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