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교육자원팀장 신진영

(동양일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초고령화 시대에는 ‘장수에 효자 없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노노 케어 시대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인데,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많은 분들이 우려하기도 한다.
‘노노(老老) 케어 시대’ 란 평균수명이 늘면서 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시대를 말하는데, 백발의 자식이 90세 부모를 부양해야하는 시대라는 얘기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어 평균수명이 90세 가까이에 이르면 자식이 20~30년 길게는 40년 동안 노부모를 모셔야하는 경우가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요즘은 부모를 노인 요양시설에 고려장시킨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자식 다 키우고 병이 들면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 혼자 살아가야 하는 서글픈 세상이 되었다.
한 시대를 함께 살고 늙어간 노년들이 인생의 황혼에서 서로 돕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행복한 길을 모색하고자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경로당광역지원센터는 지난 3월부터 노노케어 ‘함께 행복한 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주시흥덕청원구지회 대원칸타빌1차경로당(이용회원)과 노인요양시설(입소노인)간 자매결연(협약식)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 9988행복나누미 강사들이 건강체조 및 정서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고 있으며, 경로당에 건강한 어르신들이 요양원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입소어르신들과 함께 담소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로당 어르신들은 두 손에 가득 간식을 들고 요양원을 방문하면 입소 어르신들은 아기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부터 잡으신다.
경로당어르신과 입소 어르신들이 행복나누미 강사의 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윷놀이도 하고 최신 트로트 노래도 들려주면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신다.
온 몸에 힘이 없고 팔과 다리는 축 처지신 채로 요양사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겠다고 오신 어르신 손톱에는 빨간 메뉴큐어가 발라져 있었다.
어르신은 80이 넘은 할머니 이전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이셨다. “어르신 손톱이 너무 예쁘네요”“누가 발라주었나요?” 하고 물었더니 요양사를 바라보며 날 자꾸 예쁘게 해준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어르신이 아닌 수줍은 사춘기 소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입소 어르신들은 노노케어 ‘함께 행복한 길’ 프로그램 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하시며 내일도 또 오라고 눈물을 글썽이시며 두 손을 꼭 잡으신다.
돌아오는 내내 입소어르신들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음 프로그램 시간에는 화분에 꽃을 담아와 밖에 나가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예쁜 꽃을 선사하고 싶다.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면서 잠시라도 아픈 고통을 내려놓고 삶의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내년에는 이 사업을 좀 더 확대해 외롭고 쓸쓸하게 요양원에서 혼자 생을 마감하는 입소 어르신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도록 노노케어 ‘함께 행복한 길’ 희망 프로그램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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