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 시인

처음으로 한 발자국 내딛으며
친구는 말한다
그 시절 돌덩이를 옮겨 놓으시던 어르신들도
몰아쉬던 숨을 돌리며
씻어냈을까 등을 타고 흐르는 강물 같던 땀줄기
피멍든 가슴 벗겨져 흐르는 핏줄기
그럴수록 짓눌러 파고 드는 무게감
한 덩이 겨우 겨우
쌓아올리고는 고개 들어 별들을 보았을까
까맣게 기다리던 막내딸의 눈빛을 알아챘을까
마침내 부서진 어깨 위로 마지막 소망을 올려 놓으며
까무룩 멀어져 가는 기억 속으로
하늘로 오를듯
구름을 향하던 그 목소리
아버지 찾는 소리를 들었을까
들녘에 물 무지개를 뿌리며
천년을 이으리라던 그 소리를 들었을까

△ 시집 ‘어머니의 새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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