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자 시인

웅크리고 있던 몸

슬픔의눈금을 그린다

주체치 못하는 눈물

마음의 길을 내고 있을까

애절한 뻐꾸기 울음 흐르는

이 밤

잔물결로 오는 달은

온 밤 물속 드나든다

숨죽여 지켜보던

산도 바람도

놀란 가슴이다

풍경을 압도하고

번뇌 씻어 내는

목탁소리는 더 커진다

숨어든 생각들은

차가운 바람만 감기고

문득 고개 드니

청빛 밤하늘엔

잃어버린 미소 꿈틀댄다

 

△시집 ‘산을 보다가 길을 잃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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