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얼마 전 세종시에 있는 문화부의 인문정신과 직원들의 지역학관련 연찬회에 서 발제와 토론을 하고 왔다. 대다수 젊은 직원들이 눈을 크게 뜨고 발제자들의 발언에 집중하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모습이 아주 좋았다. 그 자리에서는 최근의 지역학계의 연구나 사업동향 등으로 기존의 경제학 중심의 사회과학적 접근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자유로움, 인간중심의 논의 등으로 이원화되고 있는 추세 등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등이었다. 대부분의 지역이름을 딴 충북학, 서울학, 전주학 등등 지역학 연구센터들은 이른바 인문학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목적을 위해 노력중이며 각 지역별로 세분화된 영역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비중은 차이가 나서 예컨대 부산학의 경우에는 문학을 중심으로 하여 부산을 읽고 시민을 이해하는 방식이 중심이며 서울학의 경우에는 공간적인 특성들 즉 근현대의 건축물 등등이 주된 연구 주제로 상정이 된다. 초기에 역사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조망하던 방식들에서 많이들 탈피하여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 지역학계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각 센터별로 네트워크 즉 해외로는 일본의 교토의 에도학, 중국의 베이징학 연구소 등등, 국내적으로는 지역학 포럼 등을 통한 교류(10월20일에는 충북학에서 주최예정)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충북학연구소의 경우에도 기존 역사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즉 문학은 물론 다양한 미디어플랫폼을 활용하여 지역민들에게 지역에 사는 재미와 의미를 안겨드리고자 한다. 해서 지상파 방송사를 활용하기도 했고 무용, 문학, 사진, 국악 등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등에 업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을 해봐야할 점은  비난의 수사학으로 가득찬 오독(誤讀)의 로컬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날 참석한 문재원의 언급이다. 즉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역연구를 추악한 신조어(ugly neologism)말했듯이 제국주의적 입장에서 지역을 바라보던 시각이 지역에서 차용되어 타 지역을 그렇게 보는, 즉 자신의 지역이 늘 중심, 중앙이고 다른 지역은 변방, 변두리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누구에게나 고향은 물론이고 스치듯이 지나친 공간이라도 기억 혹은 추억의 공간임과 동시에 현재의 삶을 영위하게 하면서 아울러 먼 미래에는 또 다른 가능성을 잉태하게 하는 시간과 공간의 교차지점에 위치하는 단어일 것이다. 위인, 영웅 등과 같은 뛰어난 이들의 삶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을 우리들 혹은 주변의 보통사람들의 삶의 궤적에서 지역이 주어야 할 것은 단지 삶의 터전이라는 치열함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땅이 제일이요 중심이고 명당이라고 소리쳐 외치지 않고 묵묵히 즉 과시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지역의 존재감과 그 소중함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있어 오독의 로컬리즘에 대한 적확한 답이 될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옥천이라고 하면 정지용을 떠올리는데 우리는 과연 정지용을 제대로 알까. 그의 시 향수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인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 해설피는 무슨 뜻일까. 그리고 정지용의 시 호수와 나비는 물론이고 비슷한 시기를 살다간 시인 류승규는 또 어떻게 우리는 기억할 것인가. 따라서 이러한 점에서 최근에 나온 류정환의 신간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는 지역학의 훌륭한 교재이다. 기행문의 행태를 띠면서도 꼼꼼하게 즉 옥천하면 정지용, 괴산하면 홍명희라는 도식을 벗어나서 우리의 관심과 눈 밖에서 멀어진 분들을 다시 호명하는 그의 책은 단순히 산문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짚어주는 일종의 경(經)이 아닐까. <향수>에서 해설피는 저녁 무렵 햇볕이 점점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한다. 끝.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