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북에 시간당 최대 9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16일 청주의 도시기반 시설인 주요도로와 상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곳곳이 침수되고, 산사태로 통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상·하수도관이 유실돼 단수가 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예부터 살기 좋은 도시로 유명했던 생거진천의 백곡저수지는 범람위기 2시간 전부터 내려진 호우예비특보에 맞춰 낮 12시 저수지 방류 때까지 침수가 우려되는 인근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전국에서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꼽히던 청주시의 무심천 수위도 위험수위(4.3m)를 넘어선 4.4m를 기록, 하류 지역인 신봉동 일대 17가구 주민 30여명이 인근 주민센터로 대피했다.
청주시에는 기상관측 이래 22년 만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1995년 8월 25일 293㎜가 내린 이후 22년 만에 289.9㎜의 폭우가 쏟아졌다. 우암산에는 274㎜, 상당구에는 260.5㎜의 강우량이 기록됐다.
청주 율량천도 범람 위기에 놓여 주민 일부가 대피했고, 상당구 용암동 아파트 단지 앞 소하천은 범람해 물이 도로로 역류했다. 상당구 명암유원지의 물이 넘쳐 인근 명암타워 1층이 한때 물에 잠겼다. 명암유원지가 이날 오전 범람 위기 수위까지 차오르자 청주시가 경고 방송을 내보내면서 이 유원지보다 지대가 낮은 용정동 일대 주민들이 한때 긴장하기도 했다. 흥덕구 복대천 주변은 물이 넘쳐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 정차된 차량이 물에 잠겼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도심 곳곳에서 차량 통제가 이어졌다.
경찰은 상당구 용암지하도, 흥덕구 서청주 사거리와 공단 오거리, 강내면 진흥아파트 사거리, 분평동 하이마트 사거리, 솔밭공원 사거리 등에서 오가는 차량을 통제했다. 산비탈 지반이 약화하면서 월오동 공원묘지, 동부우회도로 산성동 진입로, 동부우회도로 백화산터널, 봉명동 노인요양원에 토사가 유출됐고, 오창에선 산사태가 났다.
가경천이 유실돼 상수도관이 파손되면서 가경·복대동 일대 일부가 단수됐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오송읍·옥산면 일대에 정전이 발생했고, 서원구 사직동 등 시내 곳곳에 일시적인 정전이 발생했다. 한국전력 충북본부는 긴급 복구반을 투입, 조치에 나섰다. 복대동을 비롯한 시내 일부 아파트에는 정전으로 인한 상수도 펌프 고장으로 단수 사고가 발생했다. 학교 교실과 급식소 침수가 이어지면서 도교육청은 학생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했다.
무심천 인근 운호고 운동장은 어른 허리 높이만큼 물에 잠겼고, 중앙여고에선 인접 전파관리소 옹벽이 붕괴되면서 급식소 일부를 덮쳐 파손됐다. 충북교육청은 각 학교에 대해 학생들의 외출 금지를 안내하고 등굣길 안전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전 대전발 제천행 충북선 열차 2편이 선로가 빗물에 잠겨 결행됐다.
이처럼 충북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청주와 진천 등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이 확인됐다. 그나마 그동안 자연재해로 인한 경각심으로 지자체와 경찰, 소방당국, 국민안전처와의 공조체제로 일찌감치 긴급문자 전송 등을 통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하지만 충북이 이번 폭우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한 이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있더라도 종합적인 방재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