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논설위원/강동대 교수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의 명대사가 있다. “맷돌 손잡이가 뭔지 알아요? 어이라고 해요. 맷돌을 돌리다가 손잡이가 빠져 그럼 일을 못하죠? 그걸 어이가 없어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뜻으로 어이가 없다! 라고 하는 거예요. 내가 지금 그래 ‘어이가 없네!’”이다. 명배우가 한 말이지만 어이가 없네!는 일약 대한민국을 어이가 없게 만들었다.  2015년 여름 누적관객 1341만으로 천만 관객 시대를 만들어낸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만들어낸 영화의 명대사이다. 당시 쌍 천만이라는 말도 나오면서 ”암살“과 ”베테랑“의 관객 수를 이야기 하거나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천만배우 국민배우라는 칭송을 듣게 한 영화가 ”국제시장“과”베테랑“이다. 시대에 따라 말은 생기기도 하고 변형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같은 장마철 정말 습하고 푹푹 찌는 더위로 힘들다. 한 여름 낮은 바깥일을 삼가야 하고 밤은 열대야와 싸우며 설치지만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 생활하기는 매우 어렵다. 선풍기와 에어컨은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우리의 건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쩌라는 것인가. 건강도 지켜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정말 어이가 없죠. 인터넷 혹은 TV를 통하여 나오는 소식도 우리를 매우 놀라게 하는 어이없는 소식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어이없다! 라는 말에 대하여 논해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이없다는 무슨 뜻인가? 어이없다는 어처구니 없다와 같은 말이다. 하여 어처구니 없다에 대하여 알아보자. 현대 국어사전에서는 어처구니를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의 의미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어처구니가 주로 없다와만 통합하여 쓰이고 독자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없어 그 의미를 실제 용례를 통해 확인할 수는 없다. 19세기 말 한영자전(1897)에는 “어쳐군이”로 표기되고 “돈을 주조하는 데 쓰이는 놀랄 만한 기계”라고 기술되어 있고, 20세기 초의 조선어사전(1938)에는 “키가 매우 큰 사람의 별칭”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큰사전(1957)에는 어처구니를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이라고 기술하였다. 어처구니의 몇 가지 어원을 살펴보자. 어처구니는 왕궁(王宮)이나 청사(廳舍) 또는 지체 높은 사람의 기와집 지붕 처마 끝에서부터 차례로 올려놓는 짐승 등의 조형물이다. 어처구니들은  갖가지 다른 형태가 모여 있어 잡상(雜像)이라 고도 한다. 예로부터 중국 황제가 기거하는 건물엔 11마리의 잡상, 세자는 9마리, 그 외에는 7마리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우리 한옥 용마루 끝과 처마 끝에 마무리하는 십장생의 동물형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이 오래되고 수리를 하지 않으면 비바람에 쓸려 십장생의 동물형상이 떨어져 나가며 한옥에서 이것이 유실되면 2%가 부족해 보인다. 또한 한자어로 어처구니(於處軀尼)는 어디에다 몸을 둔다는 의미로 여기에 없다. 라는 부정어가 붙어 어처구니 없다. 라고 하면 이는 어디에 몸 둘 곳이 없다. 라는 뜻으로 매우 황당할 때 쓰인다. 한편 불교에서는 매우 큰 것을 뜻하는 말로 굉장히 큰 수나 사람으로 가늠하기 어려워 어처구니 없다. 라고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구전에 의하면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기도 하나 정확한 의미는 맷돌의 윗돌과 아랫돌의 중심에 꽂혀 두 돌의 중심을 잡아 상하를 연결해 주는 암수 쇠붙이를 말한다. 암수 쇠붙이를 마주 꽂지 않으면 맷돌은 아무 쓸모가 없어 여기서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하여튼 어처구니는 맷돌을 돌리는 나무막대로 된 손잡이,궁궐이나 성문 등의 기와 지붕에 있는 사람이나 갖가지 기묘한 동물 모양의 토우 혹은 바윗돌을 부수는 농기계의 쇠로 된 머리 부분 등을 의미한다. 이를 토대로 어처구니없다. 라는 말이 유래된 듯 하며 어처구니는 어떤 물건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부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중에 원래 의미는 잊혀지고 관용적 의미만 남은 말들이 있다. 터무니 없는 소리 그만해!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어! 도통 갈피를 못 잡겠네! 너무 부산 좀 떨지마! 등에서 터무니 영문 갈피 부산 등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원초적 의미는 분명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이렇듯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어이없는 말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원래 의도했던 대로 되면 정말 좋지만 생각지도 않는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삶에서 발생되는 어이없는 일도 공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며 살아야 정말 행복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즐거운 세상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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