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자 <수필가>

장맛비가 쏟아지기 전,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바탕 비라도 내리면 찝찝한 미세먼지가 씻길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우암산 능선이 희미하게 보이는 날이 허다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연례행사처럼 봄만 되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로 숨쉬기는 물론 일상생활하기가 곤란한 고통 속에 지냈다. 그래도 그때는 그 시기만 넘기면 황사로 인한 불편은 잊고 살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합세해서 견딜 수 없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공포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

며칠 전에는 청주중앙박물관에서부터 사직동 집까지 걸어왔다. 미세먼지와 자동차 매연으로 범벅된 공기를 마시며 길을 따라 걸어서인지 많이 피곤했다. 이튿날 하루 종일 몸이 찌뿌드드하고 상쾌하지 않을뿐더러 목이 아릿하고 칼칼하여 잔기침이 자꾸 나왔다. 으슬으슬 춥던 몸이 마침내 감기로 며칠을 문밖출입을 못하고 지냈다. 쉬어도 낫지 않아 감기약을 사러갔더니 약사는 미세먼지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니 외출 시에는 필히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 ‘이 정도쯤이야 어쩌랴’하는 생각으로 별 신경 쓰지 않고 너무 안일하게 행동했던 일이 후회가 되었다. 그 나쁜 먼지가 감기는 물론 우리 몸에 치명적인 병을 유발하는 주범이 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후부터 외출 시에는 미세먼지 정보를 확인한 후에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를 기본으로 준비하여 핸드백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 이르면 외출을 삼가라는 메시지에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창문도 열지 못하고 최소한의 환기만 하고 문을 꼭꼭 닫아놓아 갑갑하고 답답하다. 작은 미세먼지의 독소로 인해 불편한 생활을 겪게 되어 불편하고 불안하다.

쾌적한 환경이 그리워‘이쯤해서 공기청정기라도 장만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쾌청한 공기를 사서 흡입해야 할 날이 올 것 같다.

몇 년 전에 중국 여행 갔을 때 산소부족으로 곤란했던 일이 있다. 버스를 타고 약 3500m 쯤 높은 산을 올라갔다. 산 정상쯤에서부터 갑자기 숨쉬기가 갑갑하더니 눈앞이 노랗고 힘이 쏙 빠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고산병이라 생각되어 겁이 덜컥 났다. 응급조치를 요구했으나 가이드는 약 5분정도 내려가면 산소통을 살 수 있으니 좀 참으라고만 했다. 그 5분이라는 시간이 왜 그리도 길고 멀기만 한지 야속하기만 했다. 그 순간 들숨날숨이 멎을 것만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낮은 지대로 내려 온 차가 멈추자마자 뛰어 내려 욕심껏 심호흡을 크게 하며 공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최근에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세우는 것 같다. 배출가스를 많이 내보내는 기업체를 조사하는가 하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다. 이런 일들이 땜질하듯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일관된 계획을 실천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맑은 공기 속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상상하노라니 나도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풀리고 숨쉬기가 편해짐을 느낀다. 산소란 공기 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도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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