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지 청주시 오창읍사무소 주무관

(동양일보)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쉬는 시간에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임용식을 한다는 갑작스러운 문자였다. 마지막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면접 때 입어보고 장롱에 고이 모셔둔 정장과 구두를 꺼냈다. 그제야 다음 주에 임용식을 하고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첫 출근 이틀 전, 나보다 먼저 임용돼 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의 발령지가 ‘오창읍’이라는 전화였다. 임용 직전에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터라 오창이 나의 운명의 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임용일을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새운 날이 지나가고 청주시청으로 임용식 참석을 위해 출발했다. 시청에서 임용장을 받고 구청장님과 점심 식사도 하고 다시 구청에서 임용장을 받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읍사무소 선배님과 함께 오창읍사무소로 가는 관용차에 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읍사무소로 들어갔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웃는 얼굴로 인사도 건네주시니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환경’이라는 업무를 배정받은 후엔 선배들의 친절 어린 설명에도 생소한 용어들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만 덩그러니 앉아있고 다른 분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어물쩡거리다 첫날이 지나갔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은 살면서 내가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었나 하며 출근을 했는데 마치 베테랑 공무원들 사이에 덩그러니 떨궈진 바보 같았다.
돌아보니 어느새 세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를 나눠보면 정말 많은 분야에 많은 일들로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늦게나마 주위 친구들에게라도 공무원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요즘에는 길을 지나다 아이도 시민운동 관련 홍보물이나 어지럽혀져 있는 쓰레기장 등 맡은 업무와 관련된 것들을 보면 눈길이 자연스레 멈춘다. ‘분리수거’의 ‘비읍’도 모르던 내가 쓰레기 분리수거 관련 민원전화가 걸려오면 어느 정도는 관련 안내 자료를 보지 않아도 민원 응대가 가능해졌다. 이제야 비로소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폐는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이렇게 느낀 것도 주위 분들이 신경 써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이다. 일은 할 만한가, 적응은 잘 되나 물어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따스한 관심이 느껴졌다.
첫 사회생활에 첫 발령지라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선배들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일을 해나가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나 다음으로 신규 공무원들이 들어왔을 때 내가 받은 것만큼 챙겨줄 수 있는 공무원이 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내가 받은 만큼 선배 공무원들과 다음에 올 신규 공무원들에게 베풀고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전부터 시작된 ‘오창과 나’의 인연을, 앞으로도 오창에 있는 동안, 또 오창을 벗어나더라도 이어가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오창과 나’를 만들어 마음속에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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