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범벅 가재도구 씻어낼 수록 한숨만
수인성 전염병 등 우려돼 복구 ‘비지땀’

전날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일원 상가들이 17일 오전부터 복구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수마가 핥고 지나간 청주 수해지역이 이번엔 쓰레기를 치우는 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시간당 90㎜가 넘는 기습 폭우가 내리면서 석남천이 범람해 침수피해를 입은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비하동 일원 주민들은 17일 오전부터 복구 작업에 비지땀을 흘렸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장맛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일찌감치 복구에 들어간 일부 건물과 거리에 쌓여있던 사토와 나무 등걸 등의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진 상태다.

하지만 정작 수마가 핥고 간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은 진흙과 뒤범벅인 된 가재도구와 옷가지로 가득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지경이었다.

피해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로 내놓은 물에 젖은 옷가지와 가재도구는 사용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흙 범벅이 된 가재도구를 연신 물로 씻어내는 한 주민은 땀과 눈물이 뒤섞인 채 거침 숨을 몰아쉬다가 끝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역 주민들은 당장 청소는 둘째치더라도 이번 폭우로 손해를 볼 생각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비하동에서 담배진열 대리점을 운영하는 황모(43)씨는 전날 내린 폭우로 1층 창고가 모두 물에 잠겼다.

황씨는 “창고 안에 있던 담배 진열대 10여개와 홍보물 등 4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복대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45)씨는 전날부터 가족과 친지 등 7명이 모두 매달려 가게 안 청소를 했지만 절반도 끝내지 못했다.

한씨는 “식탁과 의자 등 집기류가 모두 물에 불어 못쓰게 됐다”며 “적어도 일주일은 장사를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가정식 백반집을 운영한 하모(72)씨는 “최근 이사와 도배, 가구를 모두 새로 장만했는데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하씨와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재해보험을 들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금전적 손해가 더 큰 상황이다.

청원구 내덕동 일대에서도 복구작업을 하는 주민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과거부터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내덕동에는 청주시가 수난 방지를 위해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했다. 하지만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이었다.

내덕동에서 50년 가까이 살았다는 이모씨는 “예전에도 비가 많이 오면 가게 문턱까지 물이 차곤 했지만 이번 비는 가게 안 방안까지 흙탕물이 들이닥쳤다”며 “내 평생 이런 수해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인 침수 피해 물품을 바라보는 주민들 사이에선 또 다른 걱정이 있다.

대부분 재사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인데 제때 수거가 되지 않으면 악취는 물론 벌레가 들끌 수도 있다는 우려다. 또 청주시보건소가 긴급방역에 나섰지만 수인성 전염병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씨는 “가뜩이니 비피해가 큰데 악취에 벌레까지 날아다니면 가게에 손님들이 찾아오겠느냐”며 “시가 쓰레기 수거는 물론 수인성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에서 신경을 써줘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청주에는 지난 15∼16일 이틀간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1995년 8월 이후 22년 만의 홍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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