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북지역 농민들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두 번 이나 울었다.
올 봄부터 최근까지 지독한 가뭄에 마음을 줄인데 이어 지난 16일 청주를 중심으로 쏟아진 물 폭탄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올 1~6월 충북지역 평균 강수량은 218mm로 평년(422mm)의 52% 수준에 불과했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자 농민들은 애지중지 키우던 밭작물이 메말라 죽어 1년 농사가 헛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물을 길어 날랐다.
이 같은 농민들의 노력에도 워낙 물이 부족해 수확한 감자는 씨알이 작았고 수확량도 줄어들었다. 봄에 파종한 옥수수, 고추도 작황이 좋지 않아 농민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농민들은 어떻게라도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가뭄과 싸웠지만 이런 지극 정성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난 16일 302mm의 강수량은 기록한 청주를 비롯해 중부권에 쏟아진 폭우로 농경지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농민들은 황무지로 변한 농경지를 보고 망연자실에 빠졌다.
청주시 미원면과 무심천 주변은 비닐하우스가 겨우 지붕만 내놓거나 활처럼 휘어졌다. 농민들이 가뭄 속에서 힘겹게 모내기했던 논은 거대한 호수가 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을 걱정했던 농민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가 내렸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물 폭탄을 쏟아 붙는 최근의 호우 양상은 최악의 가뭄에 지칠대로 지친 농심에 대못을 박고 있다. 혹독한 가뭄에 바싹 말랐던 농경지여서 물폭판이 덜어지는 곳마다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다.
17일 오전 충북지역에 내린 물 폭탄으로 6개 시·군 농경지 2989ha(침수 2782ha, 매몰 102ha, 유실 105ha)가 물과 토사에 묻힌 것으로 집계됐다.
4개 시·군 14개 축사의 가축 4만2000마리가 폐사하는 축사 피해도 잇따랐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 비로 도내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 사는 80대 여성과 미원면 옥화리에 사는 이모(58·여)씨가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지난 16일 오전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에서 다리를 건너던 A(83)와 B(78)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이날 오전 8시께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보은군 산외면 동화리에서는 논에서 물꼬를 보던 김모(77)씨가 사라져 경찰과 소방대원이 수색 중이다.
전날 오전 8시30분께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중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카니발 승합차가 도로 옆 2m 비탈로 굴러 떨어져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청주와 보은에서 31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괴산댐의 수위가 한때 최고수위(137.65m)에 육박하는 137.35m에 달하면서 홍수 경보가 발령돼 주민 54명이 칠성중과 주민센터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재난 방재에 대한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예기치 못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배수장 정상가동 여부 확인 등이 필수적이다.
신속한 보고 체계 구축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점검 관리를 실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공직자와 주민들은 초긴장을 하고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당국은 응급복구 인력 지원 등 대민지원 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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