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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 조선을 사랑했던 일본 유학자 <이석우>이석우 (시인)
   

(이석우 시인) 대마도 조슈인에 가면 우리나라를 사랑했던 훌륭한 유학자 한 분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바로 아메노모리 호슈이다. 그의 무덤 옆에는 맏아들 겐노스케가 다정하게 묻혀 있다.
그는 시가 현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지역 영주였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군부에 의해 몰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부친은 무사의 칼을 접고 의사가 되었으며 아들 호슈에게도 12세의 이른 나이에 의사 수업을 받게 하였으며 주자학 공부까지 시킨다.
1692년(숙종 18년)이 되자 교육이나 조선에 관련된 문서를 전담하는 진문역으로 발탁되어 대마도로 오게 된다. 1702년에는 조선 통신사를 전담하는 조선방좌역이 되어 부산진에 건너와 2년간 부산초량왜관에 머무르며 조선어를 공부하였다. 그는 조선어 학습의 경험을 살려 조선어 입문서인 [교린수지]를 집필하게 된다.
그 책은 한자를 달고 거기에 해당하는 조선어 한자의 음과 일본어의 음훈을 실었다. 그리고 실제 그 단어를 사용하는 구어체 예문을 넣어 학습을 용이하게 하였다. 이 책은 메이지 초기까지 한국어 학습서로 쓰였다. 그는 조선어의 특징인 토씨 사용, 어순,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 등을 주목하였고, 문자와 실제 발음이 다른 현상까지도 세밀하게 신경을 썼다. 그는 이렇게 조선 양반들이 기피하던 한글을 깊게 연구하여 활용한 국경을 뛰어넘은 진정한 학자였다. 특히 조선 관리들이 죽자 살자 매달리는 한문은 조선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춘향전] 등 언문 소설 등을 읽으면서 교재로 썼다는 것은 두고두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일화이다. 그는 “말을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풍습과 습관을 배우는 일이며 , 한 민족의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하는 일이다”라며 언어습득을 강조하였다.
그는 드디어 일본 막부의 요청으로 조선에서 파견되는 조선 통신사 사절을 대마도를 거쳐 동경까지 수행하게 된다. 조선 통신사 제술관 신유한은 자서전 해유록에 호슈를 학식이 출중하고 품격이 고매한 사람으로 기록하고 있다.
호슈는 1720년 조선 국왕 경종이 즉위하자 쓰시마 번의 축하단에 참가해 다시 부산포로 넘어오게 된다. 그러나 인삼을 밀수하는 등, 대마도의 조선에 대한 정책을 보고 실망하여 학자적 양심을 가진 그는 조선방좌역을 사임하기에 이른다.
공직을 떠난 그는 서당을 세우고 집필과 후세 교육에 전념한다. 1727년 3년 과정의 조선어학교에서 수많은 조선어 역관을 배출하였으며 초량왜관의 특사로 다시 건너와 대조선의 외교 지침서인 [교린제성]을 집필한다. 그의 저술은 다른 자연과 사회 환경 속에서 형성된 각 나라의 문화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문화 간에는 우열이 없다는 문화상대주의적 인식에 접근해 있다고 평가된다.
조선 국왕과 일본 쇼군의 호칭에 있어, 일본은 천황과 쇼군 체제이므로 조선에서는 막부의 쇼군을 일본국대군(日本國大君)이라고 불렀는데, 일본은 쇼군을 일본국왕으로 호칭해줄 것을 요구를 하였으나  호슈는 조선의 입장을 지지하여 이에 반대하였다. 그는 조선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우삼동(雨森東)이라는 조선식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대마도 정치에 관련된 저작, 교육서, 문집도 많이 남겼고, 수필 등도 다수 남겼으며 1755년 향년 88세에 대마도 이즈하라에서 사망하였다.
 조선의 정후교는 아메노모리 호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상적인 시를 남긴다.
해변에서 은근히 술잔 기울이며 시를 읊는데/ 이역 땅에서 다행히 기인을 만났네./ 명성 들은 지 몇 해 동안 서로 만나려 했는데/ 오늘에야 손을 잡으니 죽마고우 같구나./ 구름에 학이 내려온 듯 우뚝한 골격/ 봄 거북이 꿈꾸듯 솟아나는 시문./ 다른 일로 나의 수레 서쪽으로 가고 나면/ 보고 싶은 그리움을 견딜 수 있을소냐.

동양일보  dynews@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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