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 (서원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정민영 서원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기술의 선진국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 보아도 이동전화를 우리처럼 편리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나라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전화를 소유한 가정이 거의 없었고, 추첨을 통하여 한정된 수의 전화를 일반 가정에 보급하던 상황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몇 안 되는 보급 예정 전화번호에 당첨되기를 기대하며 흙먼지 날리는 공설운동장에서 줄을 선 채 밤새워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더욱 감개무량할 것이다.
흔히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이동전화는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 수단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갖게 되면서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둘이 마주앉아 대화를 하면서도 이동전화 화면을 자주 확인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가운데서도 안경 너머로 이동전화 화면을 넌지시 바라보는 광경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이동전화에 얽매이면서 나누는 대화를 진정한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동전화는 상대방과의 메시지 교환이나 다양한 정보 검색을 실시간으로 시간적‧공간적 제약 없이 수행해 낼 수 있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현대의 기술이 집약된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그 중요성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문명이 발달할수록 끊임없이 다양하고 편리하게 발전할 것이며, 그 쓰임도 확대되어 우리의 삶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전화의 사용이 보편화되다 보니 인파로 붐비는 거리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통화에만 집중하여 거리의 질서를 깨뜨리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남의 일을 방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우리는 종종 정해진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함께 있을 수밖에 없는 버스 안에서 이동전화로 끊임없이 통화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할 수 없이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들어 보니 별 것 아닌 내용으로 한 동안을 시달려야 한다. 예절의 기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문명의 이기를 편리하게 사용하여 효율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편리한 만큼 그 사용 예절을 잘 지켜서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동전화로 통화할 때는 주변을 잘 살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가를 먼저 확인하고 통화해야 한다.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나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용건만 간단히 통화하는 것이 좋다. 물론, 공공장소에서는 가급적 통화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화기와 입을 한 손으로 가리면서 나직하고 작은 소리로 짧게 통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수화자가 전화를 받는 그 시점에서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인지를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누구나 아주 조심스럽고 어려운 자리에 있을 때는 이동전화의 착신을 감지하더라도 바로 응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전화를 끊고 기다리거나 통화하기 좋은 시간에 다시 거는 배려의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연장이나 영화관, 또는 회의장 등처럼 소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에서는 이동전화의 전원을 꺼 두거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자동차 운전 등 특별히 주의를 요하는 행동을 하면서는 통화를 자제하고, 병원이나 항공기 안처럼 정밀한 전자기기의 작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아예 이동전화의 전원을 꺼 두어야 한다.
이동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부터 지켜야 할 일도 많아졌고 우리의 삶은 더욱 복잡하게 변하였다. 의사소통 방법이 다양해지고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가히 폭발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현대인은 구조적으로 기계에 의해 항상 감시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까지 놓이게 되었다. 스마트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각종 신호음은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동시에 우리의 정신을 분산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의사소통 구조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본질적으로 화자와 청자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편리함에 이끌려서 문명의 이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인식 세계로 파고들어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공감적 대화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넘어서 표정과 눈빛으로까지 말하고 듣는 진지한 소통의 태도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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