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도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마음으로 그들이 천하태평한 마음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는지. 어찌어찌 마음을 넓게 가져 그들의 핑계라도 들어볼까 하지만, 기어코 울화통이 터지고 분노가 치민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은 오는 27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위해 지난 18일 출국했다. 자유한국당 김학철, 박봉순, 박한범의원과 ,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이 그들이다. 백 번 양보해, 견문을 넓히고 의원들의 자질을 함양시키기 위해서라는 그들의 변명에 고개를 주억거려준다 하더라도 도의원들의 이번 ‘외유’는 도무지 참아낼 수 없는 목불인견의 행태다. 예전부터 자치단체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문제로 불거졌던 적이 한두 번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그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청주는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 시간당 91.8㎜, 한나절만에 29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석남천이 범람했고, 청주 도심 곳곳이 잠겼다. 주택 457채와 농지 2989㏊가 큰 수해를 입었다. 7명이 사망하고 44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충북도가 집계한 도내 피해액이 18일 오후 현재 196억여원에 달하는데, 정확한 집계가 나오면 이 수치를 훨씬 웃돌것이 분명하다.
수해로 둥지를 잃은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가운데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들의 민심을 살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충북도의회도 1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폭우로 충북 사상 초유의 재난 피해를 남겼고, 정밀조사가 이뤄지면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의 심각성을 인식해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복구에 힘을 실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22년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주민들을 위무하고 보듬겠다는 뜻이겠는데, 수해복구에 앞장 서겠다던 도의원 4명은 그 다음날 바로 해외 외유를 떠났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도민들은 더욱 분노가 치솟는 것이다. 물론 도의원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청주가 지역구인 모 의원은 17일과 18일 지역구의 침수피해 농가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일을 도왔고, 19일에는 오전부터 동사무소로 나가 외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피해복구 작업을 했다고 한다.
8박10일 일정의 해외연수 비용은 4793만원, 이중 4500만원이 도민의 혈세다. 집안이 파탄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유럽으로 놀러가며 내놓은 그들의 변명은 더욱 기가 차다.
“항공편과 숙박 등 예약을 취소하면 절반에 가까운 위약금을 물어야 해 연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수해로 입은 주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말이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다.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지역의 대표로서 우선순위에 무엇을 둘지, 민감하고 아픈 현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전혀 모른다는 소리다.
이들의 황당한 행태에 대한 도민들의 원성이 높다. 지탄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민들에 의해 도민들의 대표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이 보인 안하무인식 행보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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