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박 종 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어느 나라이건 정권이 교체되면 국정이 지향하여야 할 좌표 및 비전을 비롯하여 국정목표 및 전략과 세부이행 과제 등이 새로이 제시되고 정부조직의 개편이 이루어진다. 5월 10일에 출범한 제19대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등을 발표하였고 정부조직을 17부5처16청에서 18부5처17청 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이번 새 정부가 발표한 정부운영의 국정목표나 정부조직 등도 예전과 다름없이 정책의 모호, 마찰 및 중복 등의 혼란이 여지없이 내포되고 있다. 정책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못하고 그 결정이 체제분석과정을 면밀하게 거쳐 산출되지 않음으로써 정책간의 개념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발표된 정책용어들에서 쉽게 확인 될 수 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적폐청산, 반부패개혁, 과거사 해결, 권력기관 개혁), 더불어 잘사는 경제(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총수 전횡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료 공공성 확보, 교육 공공성 강화, 미세먼지⦁탈원전 정책),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도시재생),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전작권 조기 전환, 국방문민화, 방산비리 척결, 북핵 평화적 해결) 등의 5대 국정목표 등이나 19년간 5번이나 개명(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안전행정부⤑행정자치부⤑행정안전부)한 행정안전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신설 등이 그렇다. 정부가 제시한 5대 국정목표들이 하나 같이 독자성을 구비하지 못하고 본질에 맞는 개념체계를 수립하지 못하였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등은 저 멀리 왕조시대부터의 건국이념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미가 같은 동의이어인데도 독립적인 정책으로 설정함으로써 정책의 마찰 및 중복 등의 여지를 남겼고, ‘더불어 잘사는 경제’나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등은 균형성장(포용적 성장이라는 용어보다는 균형적 성장이나 종합적 성장 등으로의 표현이 적절)이나 발전으로 통합하는 것이 옳은 것인데도 따로 떼어 놓음으로써 정책의 혼란 및 낭비를 수반하게 되었으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다른 목표들과 결(격)이 맞지 않으며 단위국가로서 보다 지구촌 전체에 해당되는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정부조직 개편의 명칭도 18대 정부에서 역작으로 삼아왔던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명칭이 잘못 되었듯(미래는 無에서 有를 만들어 내는 것 즉 발견이 아니라 발명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미래창조’라는 용어는 성립될 수 없음,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변경되었음) 행정안전부라는 명칭은 정부의 모든 부처는 행정부 소속으로 어느 부처이든 행정을 의식주로 삼아야 하는 것이 본무이므로 부처명칭에 ‘행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중복의 늪에 빠지는 것이 된다는 점 , 행정은 마땅히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임무로 삼아야 한다는 점 등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중소기업의 본령을 벤처로 고착화한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한국어에 영어를 혼용한 잘못된 부처명이라는 점 등에서 부적절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때부터 사용한 ‘내무부’라는 명칭이 적합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라는 용어를 빼고 중소기업부라는 명칭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논자에 따라서는 부처나 기관명이야 그동안 알고 있는 대로 기억하고 이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명칭의 적부를 따지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질 수 있겠지만 위의 표현들은 국가운영이 두루뭉실, 주먹구구식, 정체불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점에서 가볍게 취급할 일이 아니다. 행정부의 부처명도 그 부처의 고유 업무나 정체성에 맞게 작명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그 부처에서 하는 일의 내용과 질에 대하여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명칭은 사람으로 따지면 고유명사인 성명과 같은 것이기에 그 정체와 이미지(像) 등이 분명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삼권분립의 철학에 맞는 행정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영혼 있는 유기체적 조직으로서 부처나 기관 간에 기능과 역할이 마찰, 중복 및 낭비되지 않도록 명명되어야 한다. 명칭이 모호하거나 중복되거나 부적절할 경우는 국민의 권익확보에 대한 결과도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정목표는 국정의 청사진이고 밑그림이나 설계도, 진로 등에 관한 그림이다. 그렇기에 매우 중요하다. 어디까지나 민본의 철학 하에 본질과 개념체계에 적합하게 설정하여야 한다. 정부조직 또한 지식과 이론에 맞게 편제되어야 한다. 설익었거나 애매모호한 국가목표의 설정이나 정부조직의 명칭은 정부나 정부 관료들의 수준이 그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용어 발굴로 정상국가를 건설하여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