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사상 최악의 물난리 속에서 충북공직자의 가벼운 처신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외유성 유럽연수를 떠났다가 이를 비판하는 국민을 설치류인 레밍에 비유해 공분을 샀던 김학철(충주) 충북도의원이 23일 동료의원과 새벽에 귀국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논란이 됐던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4명 모두가 귀국했다.
자유한국당은 사상 최악의 수해 상황에서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일으킨 김 의원과 박한범(음성1)·박봉순(청주8) 도의원에 대해 지난 21일 당원 제명조치까지 했다. 한국당은 비판여론을 의식해 당무감사위원회를 소집, 제명권고를 결정한 뒤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징계조치까지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징계 수위도 예상보다 높았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한국당은 이번 사안의 인화성이 크다고 보고 더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일에 도의원 한 명이 걸려 있다. 민주당이 어떤 징계를 내릴지 주목된다. 이날 충북의 수해복구 현장을 찾은 추미애 대표가 ‘반성의 여지를 참작 하겠다’고 말하면서 일단 제명까지 생각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서 엄중 문책 의지를 밝힌 충북도당이 25일 윤리위 제소의지를 밝힌 바 있어 일단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이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민주당 안팎에선 최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내년 지방선거 음성군수 물망에 오르는 인사라 징계수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몇몇 도의원의 단순 일과성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일지는 모르지만 선출직 공직자의 기본자질과 공공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또 이번 사안을 지켜보며 충북도의회 사무처에 제대로 조언할 직원 하나 없어 전국적 망신을 자초한것에 그저 참담할 뿐이다.
뜻밖의 자연재해로 고통과 실의에 빠진 도민들을 곁에서 돕고 위로해야 마땅한 도의원이 버젓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는 것만으로도 유구무언이어야 한다. 그런데 임기 말 연수가 오히려 외유성으로 왜곡돼 비쳐질까 우려돼 시일을 재촉한 게 화근이 됐다고 김 의원은 해명했다. 일각에선 충주에코폴리스 백지화 등 지역현안이 있을 때마다 집행부에 제법 ‘쓴 소리’를 해대던 소신행보에 걸 맞는 당찬 해명이란 평가도 내놓는다. 단순 인기에만 연연한다면 국민께 ‘백배사죄’하고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가는 게 당연하지만 김 의원은 현장에서 반기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를 지켜보면서 긴급한 상황에 지난 18~20일 사흘간 일본 대마도로 친목모임을 다녀와 놓고도 ‘수해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해서였다’고 반성할 줄 모르는 변명으로 일관했던 ‘청주광역쓰레기 매립장 주민협의체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이들은 지역의 피해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통장이면서 수해복구현장에서 평소 하루 배출량(333t)의 3배에 가까운 1080t의 쓰레기가 반입 처리되는 것을 주민을 대신해 감시해야할 중요한 시기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무개념 행동을 보여줘 빈축을 샀다.
사상 최악의 물난리에 충북도민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전국의 온정이 답지하는 상황에서 해외 나들이에 나선 이들을 시정과 도정을 감시하는 자리에 계속 둬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스스로가 거취를 결정하는 게 그나마 도리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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