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욱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

지난해 9월 처가댁 방문차 부모님을 모시고 미국에 열흘간 다녀온 적이 있다. 신혼여행 이후로는 첫 해외여행이라 출발 두 달 전부터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는 입국심사가 걱정이었다. 영어를 잘 할 줄 모르는 터라 입국심사를 어떻게 통과할지, 행여나 말이 안 통해 붙잡혀 있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히 교포인 아내가 대신 설명을 해준 덕에 나와 부모님은 무사히 입국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얼마나 친절했는지 모른다.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고, 엄지손가락 지문을 스캔할 때 우리말을 듣고 어눌한 발음으로 ‘엄지’를 따라 말하며 자연스레 우리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 이후로도 여행하는 호텔, 옷가게, 마트 등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친절했다. 한번은 옷가게에서 계산대에 줄을 서있는데 앞사람이 옷을 떨어뜨리고 모르는 것 같아 옷을 주워주니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그 환한 웃음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때는 직원이 표정이며 말투며 여간 불친절한 게 아니었다. 끝나고 나오면서 직원에게 너무 불친절하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물론 모든 미국 사람들이 다 친절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한결 같이 미소 짓는 얼굴에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미소 짓는다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미소 지으며 대화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우리가 미소 짓는 사람과 대화할 때 더 마음이 편하고 친절하게 느끼듯이 상대방도 우리의 표정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낀다. 마더 테레사도 “당신이 누군가에게 미소를 지을 때마다 그것은 사랑의 행위이고, 그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미소는 사람 사이에 사랑을 표현하는 작지만 적극적인 행동이며, 인간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윤활유와도 같다.
요즘 공직사회에서 친절을 매우 중요시 한다. 해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부서마다 친절서비스 실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직자에게 친절이 당연한 덕목인 것이다. 친절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지만 무엇보다도 친절의 시작은 미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미소 짓는 얼굴로 먼저 민원인의 마음을 따뜻하게 열어주고, 거기에 친절한 말투와 적극적인 행동이 더해지면 친절함이 배가된다.
민원실에 오래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미소 짓는 얼굴과 친절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안내를 하고, 우리 부서 소관 사항이 아니더라도 전화로 알아봐주는 등 적극적으로 안내해줄 때 민원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는다. 민원인에게 아무리 잘 설명하고 안내를 해줘도 무표정으로 안내를 하면 불친절하다고 느끼기 쉽기 때문에 미소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미소 짓는 것이 어색하다면 한번쯤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표정일 때 표정이 사납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나는 덧니가 삐죽삐죽 난 치아를 보이기 싫어 늘 미소 짓는 표정을 많이 연습해 온 덕분에 지금은 나 스스로 미소 짓는 것이 한결 자연스럽다.
친절을 실천하기 전에 과연 나는 미소 짓고 있는 얼굴인지 돌아보자. 비록 미소 짓고 있는 내 얼굴이 못생겨 보이더라도 그 미소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얼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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