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징계 기각, 당적 유지…내년선거 정치재기 모색
나머지 한국당 3명 동반사퇴 요구 거세…시민단체 퇴진운동

▲ 최악의 물난리 속 유럽 해외연수를 떠나 공분을 샀던 최병윤(음성1) 충북도의회 의원이 25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사상 최악의 수해 속에 유럽으로 외유성 연수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1) 충북도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택했다.

이번 해외연수로 물의를 빚은 도의원 4명 가운데 의원직 사퇴는 그가 처음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연수에 나선 소속 도의원 3명(김학철·박봉순·박한범)을 제명하는 강경 징계에 나서자 의원직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해 선명성을 살린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25일 민주당 충북도당의 윤리심판원 전체회의에 출석, 소명절차 과정에서 “수해를 당한 주민의 아픔을 챙기지 못할망정 유럽연수를 떠나 도민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의원직사퇴를 통해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최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결정을 했다고 보고 징계 안건을 기각하는 방식으로 종결했다.

도당 관계자는 “의원직을 내놓은 당원을 다시 징계하는 것은 ‘부관참시’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별도의 징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북도의원들의 물난리 속 유럽연수 문제가 불거진 뒤 하루 뒤인 지난 19일 민주당 충북도당은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정작 징계는 한국당에 선수를 빼앗겼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9일 청주 수해현장을 방문한 홍준표 대표가 징계 뜻을 밝힌 데 이어 20일 당무감사위원회와 24일 윤리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외유에 나선 소속 도의원 3명에 대한 제명 결정을 의결했다.

한국당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고강도 징계를 내리면서 정치권 관심은 민주당에 쏠렸다.

한국당의 제명 처분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됐다.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수위가 낮은 징계를 내리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 윤리심판원을 앞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최 의원에 대해 한국당 징계 수준인 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오제세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도 전날(24일) 충북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도의원들의 연수는 공직자의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며 “비난 여론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강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 의원은 의원직 사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 카드’를 내놨다.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내년 음성군수 선거 여당 주자로 거론돼 이번에 ‘제명’ 되면 당 공천이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제명된 경우 5년 이내 복당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1년간의 의원직을 내놓은 방식으로 ‘제명’ 징계를 면한 뒤 음성군수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최 의원은 충북도청에서 가진 사퇴 기자회견에서 “아직 음성군수 출마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함께 연수를 떠났다가 ‘레밍발언’ 등 막말을 쏟아낸 김학철 도의회 행정문화위원장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최 의원은 “김 위원장이 개인 생각을 여과 없이 밝히지 않았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깝고 아쉽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사퇴로 이번 연수에 참여했던 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김학철(충주1) 의원의 ‘레밍(쥐의 일종)’ 발언까지 겹치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들 의원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퇴진운동에 나설 태세다.

도의회 윤리특위 회부 등 자체 징계에 소극적인 도의회도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의원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할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도의회가 '팔짱'만 끼고 있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양희 의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리위원회 회부 등 후속 대책은 절차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모든 의원이 함께 논의 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자진 사퇴를 한 상황에서 도의회가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김 의장의 이날 발언이 ‘여론 무마용’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관련기사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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