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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있으나마나 한 ‘정전협정’<나기황>
풍향계-있으나마나 한 ‘정전협정’<나기황>
  • 동양일보
  • 승인 2017.07.2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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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황(시인)
▲ 나기황(시인)

국제스포츠경기에서 유일하게 순수 우리말로 심판을 보는 경기가 있다.
태권도 경기다. 주심은 ‘시작(Sijak)’으로 경기를 진행시키며 ‘그만(Geuman)’이라는 구령으로 3분간의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게 된다. ‘갈려(Kalyo)’는 겨루기에서 두 선수를 떼어 놓을 때 외치는 선언이다.
1953년 7월 27일, 3년여에 걸친 6.25전쟁에 쉼표를 찍는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정전(停戰)’과 ‘종전(終戰)’이라는 모음(ㅓ,ㅗ)하나 차이가 64년 동안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를 가리는 기준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전쟁으로부터 잠시 떼어놓는 ‘갈려’ 이후 64년간이나 양측 선수들은 스스로 숨고르기를 하며 다음 경기에 임할 궁리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전협상은 오랜 분단세월의 예고편처럼, 1951년 7월 10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2년이나 걸렸다. 한차례의 예비회담을 비롯하여 159회의 본회담, 179회의 분과위원회 회담, 188회의 참모장교 회담, 238회의 연락장교 회담 등 총 765회의 회담을 거쳐 세계역사상 가장 길었던 정전회담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처럼 협상결렬과 재협상을 반복하게 된 배경에는 ‘제한전쟁’이라는 복병이 한 몫을 했다.
즉, 협상기간 중에는 맘껏 싸우되 ‘정전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에서 각기 점령한 지역을 국경으로 정한다.’는 전제가 외려 전쟁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되어 협정체결 전에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극한전쟁으로 몰고 갔다. 자연히 전황의 유. 불리에 따라 회담장에서는 ‘설전(舌戰)’으로, 돌아서서는 ‘혈전(血戰)’으로 돌변하는 이중적 태도가 반복됐다.
대표적인 예가 ‘백마고지’전투다. 휴전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들던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한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 제38군이 격돌한 백마고지탈환전은 연 10일간 12차례의 전투와 일곱 번이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혈전으로 한국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투로 기록됐다.

올해가 광복 72주년, 6.25전쟁발발 67주년, 정전협정 64주년이다.
역사는 기억에 의해 보존되고 공동의 체험으로 극복하고 발전한다.
통산 3년 1개월(1,129일)이라는 6.25전쟁이 가져 온 분단의 아픔을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미증유의 민족적과제로 남았다.
정전협정 64주년, 전후세대로서 기억하기에도 버거운 세월이다.
오랫동안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국으로서의 후유증과 대치상황에 대한 피로감으로 ‘정전협정’에 대한 인식이 흐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휴전’은 ‘정전’을 위해 잠시 전투를 멈추는 것을 말한다. 정전협정은 ‘전투적 행위의 완전한 중지’상태에서 평화적인 정치적 합의를 위한 전단계로서 최종적으로 당사국간에 ‘강화조약(講和條約, peace treaty)’을 체결함으로써 전쟁종료를 선언하게 된다.
따라서 휴전(休戰)은 ‘적대행위는 일시적으로 정지되나 전쟁은 계속되는 상태’로 정전보다 가변적이고 호전적이며 국제법상 여전히 전쟁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협정’이나 ‘정전협정’이나 구분 없이 혼용하고 있지만 ‘정전협정’이 ‘평화조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라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까지 수없이 정전협정을 어겨온 북한의 행태가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휴전’상태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64년 전 오늘, 정전협정은 ‘서로 최후적인 평화적 해결이 달성될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일체 무력행위의 완전한 정지를 보장하는 정전을 확립할 목적’으로 체결한다고 명문화 했다. 지켜야 협정이고 강제할 수 있어야 법이다.
이제 ‘그만(Geuman)’하고 한반도 긴장상황을 확실하게 종식시켜 줄 주심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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