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전 제천교육장)

▲ 최성택(전 제천교육장)

2017년 5월9일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으로 갑자기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였으나 그 보다 이틀 전인 5월7일 프랑스는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39세)대통령과 24세 연상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 여사의 이야기가 전 세계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창당한지 1년밖에 안 되어 국회의원 한명 없는 정치 신인이 이끄는 중도 신당 ‘레퓌 블릭크 (LRM-전진하는 공화국)’ 의 후보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60년간 프랑스 정치를 지배해 온 보수 와 진보 양대 주류 정당 후보들이 탈락하고 39세의 중도 성향의 정치 신인 마크롱이 당선된 배경은 2007년 선거를 제외하곤 모두 집권당을 갈아 치워 좌우 정권으로 교대 하였지만 프랑스는 늘 ‘ 유럽의 환자’ 였다. 여기에 프랑스 국민의 실망은 누적 되었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점차 증폭 되어 갔다. 마크롱은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 프랑스판 고등고시라 할 수 있는 국립행정학교 (ENA) 출신으로 투자 은행가로도 활동한 전형적인 프랑스 엘리트 코스를 거치면서 자랐지만 편한 길을 버리고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엘리제궁 입성을 이루어냈다.
 그는 대통령 당선 후 장관 임명과 국회의원 공천에서 제대로 된 개혁을 단행 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남 녀 동수에 30-70대의 다양한 연령대, 그리고 수학자, 경찰, 변호사, 기자, 농부, 환경운동가, 작가, 병원디렉터 등 온갖 직업군이 망라된 공천 혁명으로 마크롱의 ‘ 전진하는 공화국(LRM)’과 ‘민주 운동당 (Mo Dem)’ 연합은 전체 의석 577석의 60.7%인 350석을 휩쓸었다. 이번 총선 전 두 정당은 의석이 한 석도 없었다.
 내각도 좌, 우, 중도를 기용함으로 이념적 편향 없이 양성 평등과 전문성을  우선해 이상과 실용을 실현한 균형 내각을 조직한 것 역시 6월 총선 승리의 큰 도움이 되었다. 마크롱의 돌풍과 인물 기용을 보고 예선에서 탈락한 다른 당의 대선주자와 전직 대통령 등 우파 중진들까지 지지 대열에 합류 했다.
 마크롱의 당선과 프랑스 정치 변화의 다른 한 축은 예술의 힘 이다.
 고교시절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던 교사 트르뉴를 만나 교사와 학생, 연령 차이를 뛰어 넘어 ‘지적매력’ 에 빠져 사랑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연극 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였다. 마크롱은 고등학생 때 소설 3편을 썼을 뿐 아니라 트르뉴와 공동으로 희곡을 쓰기도 했다. 그는 “문학이 내 담론과 행동에 양식을 제공했다.” 는 말로 문학과 예술이 자기에게 미친 영향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마크롱이 오늘이 있기까지, 또 프랑스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의 힘이 크다. 예술은 창의력이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보면 분야마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으나 문학부문 수상자는 프랑스가 제일 많으며 세계 미술계에서의 실력과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그 외에 음악을 비롯한 다른 예술도 고르게 발달한 나라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그들의 다양성이다.
원주민인 겔트족을 위시하여 슬라브족과 이슬람 세력까지 포함한 다양한 민족 구성과 주류를 이루고 있는 로마 가톨릭 외에도 여러 종교가 혼재되어 있는데서 다양성의 배경을 찾을 수 있다.  60년대 출간 된 이 어령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것이 서양이다’ 에 보면 파리 어디에서도 똑같은 모자, 심지어 똑같은 단추도 못 볼 정도로 자기 개성이 강하며 이것은 패션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렇다. 그러기에 학교에서 천재교육을 표방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이 어령은 쓰고 있다. 그들에게는 철저히 자기 식의 삶을 산다. 그렇게 개인주의가 강하다 보면 집약된 힘은 약할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프랑스 국민은 나라가 어려울 때는 집단주의적 성격이 발동하여 영웅을 갈망하며 이런 성향으로 나폴레옹과 드골 같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었고 지금도 이런 간절함 속에 마크롱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마크롱을 축으로 실시한 대선과 총선을 통해 프랑스는 문화 강국뿐만 아니라 총칼 없이 정치개혁을 이루어 정치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고 세계 각국 정치에 활로를 보여 주었다.
 우리가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참고 할 것은 1, 2 당 외에 3, 4 당등 군소 정당의 후보도 관심 갖고 키우며 마음에도 없는 후보를 미는 단일화 보다는 다득점 1, 2위가 벌이는 결선 투표제를 도입해야 한국 정치가 발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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