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사상 최악의 물난리 속에서도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던 4명의 도의원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이 지난 25일 사퇴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 충북도당 윤리심판원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해를 당한 주민의 아픔을 챙기지 못할망정 유럽연수를 떠나 도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며 “의원직 사퇴를 통해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거센 비난 여론에 조기귀국해 수해복구현장에서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난관’을 수습하려 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국민적 공분에 부딪혀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늦은감은 있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면 나머지 3명은 어찌해야 되는가.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학철, 박봉순, 박한범 의원은 이제 무소속이다. 그런 까닭에 자유한국당에서도 이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적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기 전에 제명이라는 가장 막강한 카드를 내놓아 일찌감치 ‘선긋기’를 통해 비난의 화살을 비껴갈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이젠 ‘상황종료’인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고 있다. 김학철 의원의 ‘레밍 발언’이 그 중심에 있다.
김 의원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비난하는 국민들을 행해 “국민이 레밍같다’고 발언했다. 아무 개념없이 무작정 집단행동을 하는 설치류 레밍의 속성을 빗댄 것이었다. 사정이 그렇고 보면 석고대죄해야 온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보도행태가 레밍처럼 느껴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레밍에 비유한 것이 국민이 아닌 언론이라는 것인데, 그의 말 어디에서 그런 뜻으로 읽힐수 있는 부분은 없다. 설사 “국민이 레밍같다”는 그의 워딩에 국민 대신 언론을 억지로 대입시킨다 하더라도 막말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가 바라보는 보도행태는 그의 주관적 판단이지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객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펼쳐야했고, 그 논리를 떠받치고 있는 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 변명은 변명을 낳기 마련이고, 변명을 숨기기 위해서는 궤변이 등장하는 ‘악순환’의 고리다. 물의를 일으켰던 3명의 도의원이 석고대죄의 마음으로 수해봉사활동에 뛰어들었을 때 그는 “사진찍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의 진정성을 도민들이 받아주겠냐는 것이다. 사죄기자회견을 하면서도 그는 내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타 의원들이 외유성이 맞다고 고개를 숙일 때에도 그는 외유가 아닌 공무적 연수라했다. 김 의원의 자질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의원으로서의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사고방식이 그의 내면엔 깊이 뿌리박혀 있는 듯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국회의원들을 향해 ‘미친개’, ‘사살’을 운운했던 전력이 그에게 있었던 것이고 보면 막말 시리즈 2탄 ‘레밍 국민’은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자질이 그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4일 김양희 도의회 의장에게 행정문화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그것일까. 아니다. 답지는 이미 한참 전에 나와있다.
도의원직을 자진 사퇴하는 것만이 저급한 류의 동물로 비하했던 국민들에게 일말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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