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젖줄인 대청호에 또 녹조현상이 발생, 비상이 걸렸다. 연례행사이나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6일 오전 11시를 기해 대청호 회남 수역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예년보다 일찍 발생한 녹조가 앞으로 일조량의 증가와 수온의 상승 등으로 ‘경계’나 ‘대발생’ 단계로 악화되고 상류까지 확산될 위험성마저 안고 있어 경계심을 늦추다가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측정한 회남 수역 남조류 세포 수는 4402cells/㎖로 나타났다. 24일에는 4594cells/㎖로 측정됐다. 조류경보 관심 단계는 남조류 세포 수가 2주 연속 1000cells/㎖ 이상일 때 발령된다. 조류경보가 발령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기간 문의 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도 0에서 980cells/㎖로 상승했다. 추동 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는 68cells/㎖에서 0으로 줄어 비교적 양호한 상태다. 조류예보제에 의하면 남조류가 2주 연속 1000개/㎎을 넘어설 경우 ‘관심단계’, 1만개/㎎ 이상이면 ‘경계단계’, 100만개/㎎ 이상이면 ‘대발생’ 등이 발령되는데, 단계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유관 기관 사이 유기적인 공조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장마철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영양염류가 다량 유입된 가운데 폭염으로 수온이 높아지는 등 남조류 성장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면서 남조류 세포 수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15도였던 회남 수역의 수온은 지난 24일에는 18.8도로 한 달 사이 3.8도나 올랐다. 이렇게 되면 충청권 400만 주민들의 식수원이 위협을 받게 되는 등 또 한 번 홍역을 치러야 한다. 대청호는 저수 면적(72.8㎢) 대비 유역면적(3204㎢)이 넓어 강우에 따른 오염물질 유입이 많은 편이다.
녹조현상은 부영양화된 호수 또는 유속이 느린 하천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인 녹조류가 크게 늘어나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심할 경우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이 차단되고 물의 용존산소량이 줄어 수중생태계가 파괴된다. 때문에 수질 악화에 대한 적절한 예방과 사후 대처를 위해서는 실시간 예찰과 신속한 예보, 그에 따른 정확한 조치가 필수다. 이에 따라 금강유역환경청은 오염물질 배출업소와 축사 점검을 철저히 하고 취·정수장 수질 모니터링도 강화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아울러 관계기관과 협조해 오염원 유입을 최소화하고 취·정수 처리를 강화해 녹조 저감과 먹는 물 공급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참 답답하다. 수돗물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평소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고 꼭 문제가 발생해야 관계기관과 협조하고 대책을 운운하는가. 물론 평소에도 지도단속을 해왔겠지만 보다 적극·지속적이어야 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근본적인 대책수립과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녹조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플랜은 최우선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탈 원전’ 미세먼지 등 최근 사회적 핫 이슈로 떠오른 대기오염 못지않게 녹조 등 수질오염이 연례·계절적으로 찾아와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집중호우, 한파 및 고온현상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다. 녹조현상이 여름마다 되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과학적으로 원인을 파악해 믿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