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철(편집국 부장 / 서산, 태안지역 담당)

▲ 장인철(편집국 부장 / 서산, 태안지역 담당)

연속되는 열대야로 잠자리도 불편한 요즘 서산시민들은 이례적으로 서산시장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완섭 서산시장이 시민들이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곡면 오토밸리 내 산업폐기물 매립장 설치와 관련해 종교계 인사들에게 발송한 문자내용이 화근이다.
이 시장은 지난 19일 밤 종교계 인사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정치세력까지 가세해 주민들을 혹세무민 선동해서 시장인 저에게 온갖 악담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는가하면 시장이 가는 곳마다 피켓시위를 하면서 공격하고 있다’며 첨부한 자료를 읽어보고 신도들의 오해를 바로 잡는데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문자내용이 공개되자 서산시생활쓰레기소각장, 산업페기물매립장, 현대오일뱅크 코크스공장 건설 반대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환경파괴시설 전면백지화 서산시민사회연대’는 즉각 ‘주민들을 혹세무민하는 것은 이완섭시장 바로 당신이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반대시민들은 이 시장이 항의문자 차단을 위해 바꾼 전화번호까지 공유해서 항의문자 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시장과 주민 간에 SNS 공방이 뜨겁다.
서산시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이 대화와 타협으로 시민통합을 이뤄내고 시민의 안전과 시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데도 불순세력 운운하며 시민 간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며 시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이 시장이 불순한 정치세력이라고 언급한 이유를 밝히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기 전까지는 해명과 사과요구가 갈수록 거세질 태세다.
이에 대해 서산시관계자는 ‘불순한 정치세력’ 표현의 근거로 ‘이완섭 낙선추진위원회’ 명의의 촛불집회 안내문을 제시하고, 이 시장이 추후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시관계자의 이같은 대리해명은 지역의 현안문제를 다가오는 시장선거를 의식해 표심에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불신만 키우는 공방전이 거듭되면서 심각한 환경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 시장이 문자를 발송한 날 한미과학자 580명이 참여해 진행한 ‘한미대기질 공동연구프로젝트’의 결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한 대산지역의 발암물질인 벤젠과 베타디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이 국가 통계보다 3배가 많다는 발표가 있었다.
장갑순 시의원이 기업들에게 대기보전특별대책지역에 준하는 저감대책 시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발 벗고 뛰어야할 서산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방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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