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 유영선(동양일보 상임이사)

한국남성과 결혼금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국남성이 왜? 어떻길래? 수많은 나라 중 콕 집어서 한국남성인가.
최근 프놈펜포스트는 ‘캄보디아에서 금지된 10가지’ 항목을 발표했는데, 그중 마지막 부분에 ‘한국 남성과의 결혼 금지’ 조항이 포함돼 화제다.
10가지 금지사항의 내용을 보면 선거전 외국 언론과 비정부기구들의 유권자 설문 조사를 비롯해 태국산 닭고기 수입 금지, 쌀로 빚은 술 금지, 사회 분위기에 저해되는 대중가요 일부를 금지하며,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는 외국인 중에 추태를 부리는 경우, 추방하거나 경범죄로 기소한다고 하며, ‘모유’를 판매하는 것도 금지했다. 캄보디아 여성들은 보디빌더나 암 환자, 모유를 먹이지 못한 다른 나라 여성들에게 모유를 판매해 가족을 부양했지만 산업이 커지면서 정부가 나서서 모유 판매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타이완과 티베트 국기를 게양하는 것도 금지했는데, 캄보디아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지지해 타이완의 중국 본토 분리주의 운동을 반대하고 있다. 또 “너무 잔인한 범죄에 쓰인다”는 이유로 일본도(刀) 사용도 금지했다.
이런 금지항목들 사이에 캄보디아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그 이유는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인신매매이기 때문에 금지한다고 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에도 몇 달동안 캄보디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을 금지한 바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여성들이 외국인 남성과 결혼할 경우, 나이가 50세 이하여야 하며 월수입은 2,550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남성들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할 때는 아무 제약도 없는데 반해 여성에게만 이런 제약을 두는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규정은 캄보디아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제결혼의 수가 대폭 늘어났다. 매년 국제결혼자가 전체 결혼자수 10%를 상회할 정도로 늘어났고, 국가와 연령도 다양해졌다. 국제결혼에 대한 의식도 달라져서 청소년 66%가 “국제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문에 답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지자체의 지원 아래 절대적으로 부족한 배우자를 국제결혼을 통해 맞이하면서 다문화가정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제결혼이 우리에게 매우 가까워졌지만 의식은 여전히 뒤처져 있어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갓 시집온 베트남 신부가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 외에도 상습적인 폭행과 차별로 결혼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한 이주여성이 많고, 그런가하면 거꾸로 불법결혼중개업소에 속아 에이즈(HIV)여성이거나 시민권을 따기 위한 여성을 소개받아 이혼으로 이른 경우들도 있다. 국제결혼가정의 이혼율이 국내결혼가정의 이혼율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이러한 결혼들이 사랑을 기반으로 한 결혼이 아니라, 돈을 주고받는 계약에 의한 결혼이란 인식 때문이다.
국제결혼을 통한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자, 정부도 나름 대응책을 세워 결혼에 대한 진정성을 찾고 결혼중개업소에 의한 속성결혼을 막기 위해 ‘국제결혼 비자 발급심사 항목과 기준 설정’, ‘국제결혼 숙려기간 도입’, ‘안내 프로그램 제도화’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현 실태 개선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결혼중개업소에 의한 국제결혼은 한국남성들이 국내에서 결혼이 여의치 않자 외국인 여성을 선호해 생겨난 한 양태지만, 이제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신부를 고르는 야만성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할지라도 돈을 주고 신부를 사와서 생산성 증대와 출산율 상승을 도우려 한다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 효과가 크다할지라도 인권차원의 문제에서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국제결혼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캄보디아뿐이겠는가.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몽골, 우즈벡 등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한국남성과 결혼금지라는 규제를 만들지는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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