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징계도 소극적…물난리 외유 ‘제식구 감싸기’ 비난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의회 최병윤(음성1·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물난리 속 유럽연수를 강행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5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나 6일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반면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댄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출신 김학철(충주1) 의원의 행정문화위원장 사임서는 지난 27일 접수한 당일 신속히 처리하는 등 도의회가 다른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0일 도의회에 따르면 의원직이나 상임위원장 사임의 경우 비회기에는 의장의 결재로 이뤄지고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는 비회기 중이어서 김양희 의장이 결재만 하면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확정된다. 하지만 김 의장은 당분간 최 의원의 사퇴서를 처리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의원직 사퇴는 사안이 중대한 데다 전례도 없기 때문에 수리 여부를 의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사퇴서 처리시기에 대해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며 “현재는 구체적으로 시기를 못 박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최 의원 사퇴서 수리를 오는 9월 임시회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도의회가 최 의원 사퇴서 수리를 머뭇거리는 것을 놓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외유에 나섰던 나머지 3명의 의원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 최 의원 사퇴서가 수리되면 다른 의원에 대한 사퇴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며 “나머지 의원들을 고려해 여론이 수그러지기를 기다린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속 정당을 떠나 도의회가 암묵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인정하는 것 같다”며 “도의회가 이번 해외연수 비난 여론을 김 의원의 상임위원장직 사퇴로 매듭지으려 한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도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유럽연수에 참여한 의원들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징계에 소극적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의 제명은 정치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는데 의회 차원에서 다시 징계한다면 해당 의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한국당을 핑계 삼아 징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 의원이 사퇴하면 민주당 의석은 전체 30석 가운데 9석에 불과해 단독으로 징계를 요구할 경우 정족수가 부족하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같은 당에 속했던 의원들의 징계에 동의하겠느냐”고 책임을 떠넘겼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지난 28일 충북도청 서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난리 속에 해외연수를 떠난 충북도의원 3명에 대한 사퇴를 촉구한 뒤 이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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