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북한이 지난 28일 밤 기습적으로 감행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대북전략의 큰 틀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도발이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게임 체인저(국면전환)’가 될 수 있다는 엄중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 나아가 미국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으로 등장하면서 종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전략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지난 29일 새벽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한 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의 추가 배치를 지시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그간 전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발사대 2기의 국내 배치에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음을 지적하면서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지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일었었다.
그런 문 대통령이 이번 도발을 계기로 나머지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서두르라고 지시하고 이를 미국은 물론이고 사드 배치에 완강히 반대하는 중국에 통보했다.
이는 규탄성명과 무력시위 등 기존의 대응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새벽 NSC 전체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금번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은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밤 고각으로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3724.9㎞까지 상승했으며,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존 외교·안보 전략의 판 자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전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일단 나머지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하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면서도 이미 배치된 발사대 2기뿐 아니라 추가 배치될 발사대 4기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선 배치 후 평가’ 기조인 셈이다. 이는 북한의 시급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 배치 수순에 돌입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하고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열어두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최종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되면 국가 안보보다 우선시 되는 일이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국가안보가 심각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해 불안감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우리 군의 미사일 발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탄두 최대 중량(500㎏→1t)을 늘리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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