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시인)

(이석우 시인) 지난 달 청주에는 307.7㎜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하천이 유실되고 주차장의 자동차들이 쓸리고 물에 잠겼다. 침수된 주택들도 아수라장이었다. 가사도구가 방 하나 가득 떠다니고 전기제품은 물을 먹고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 물폭탄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일까. 정말 폭탄이었다. 골목마다 쏟아진 포화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 무심천이 유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갈 곳을 잃은 인간이 그러하듯 갈 곳 잃은 그들도 난폭하게 부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재앙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청주시는 저류조를 만들어 홍수에 대비한다하였으나 물폭탄의 위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속되는 가뭄에 물이 궁벽하여 폭우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도 사전방류하지 못하고 물폭탄을 보고서야 불야불야 수문을 열었다는 얘기도 들리고 수문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는 소문도 들려온다. 그야말로 무성한 소문으로 치부했으나 왠지 시정이 미덥지 못하였다.

나도 순식간에 수마(水魔)의 상처를 입고 수재민이 되었다. 덕벌초등학교에 마련된 수재민 임시 거처에서 구호식사와 구호잠을 잤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으면 좋겠다하였다. 그래서 모두들 수해 입은 것들을 꼼꼼히 적어 냈다.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되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피해복구 비용의 70~75%의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는 말을 들은 때문이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보은, 증평, 진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에서 제외됐지만 간접지원 약속을 이끌어낸 것은 차선의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도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며 “수재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복구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자신의 역할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특별재난지역 보상법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부분 많다. 여당의 추미애 대표와 의원들이 다녀간 것 같다. 그러나 왜 왔다가 간 건지 모르겠다. 아무 것도 보려하지 않았으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특별재단지역 보상은 우선 아파트가 제외된다. 뿐만 아니라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에 사는 사람도 제외된다. 물론 세 들어 사는 사람도 그렇다. 사업등록자, 자영업자는 더할 나위 없다.

이번 피해는 골목주택 피해가 컸다. 큰 도로보다 4~6m 폭의 골목도로는 3배 정도의 수위를 유지하며 물이 빠져나갔다. 내덕동의 경우 골목은 거의 자녀들이 떠난 노인들이 거주하는 빈 둥지 주택들이 많다. 장사라고 해야 미장원, 슈퍼, 칼국수집, 옷수선, 부동산, 떡집, 장판도배집, 미니사무실 등으로 이루어있다. 그러나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보상에서 제외된다.

이 보상법을 현실에 맞게 일부 수정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서로를 헐뜯는 말씨름뿐이다. 정치 부재가 삶의 질과 진정성을 더 훼손하고 있으니 마음이 허탈하고 아프다.

반면에 물론 여러 곳에서 봉사활동이 이루어졌겠지만 개인적으로 충주시의회 의원님들과 사무원 30명의 봉사대와 진천지역 적십자 봉사대의 아낌없는 노력 지원을 직접 접하며 너무나 큰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 큰 감동은 마음에 큰 위로를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무심천이 분노하였다. 왜 일까. 그것은 무심천 하상은 높여온데 그 원인이 있다. 미호천과 무심천은 거의 수직으로 만나고 있다. 그것은 지류인 무심천이 세차게 미호천 속으로 파고드는 위치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심천은 숫물이라고 옛사람들은 불러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물막이와 교통시설과 체육시설 등을 마구잡이로 설치하여 유수를 방해하였다. 특히 하류지역의 설치물들은 하천을 높이는 치명적인 역할을 하였다 할 것이다. 무심천의 치수에 청주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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