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집중호우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와 괴산군, 충남 천안시 등 충청권 3곳 기초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는 특별교부금을 해당 지자체에 내려 보내고 지자체는 이 돈을 피해복구 작업 등에 사용한다.
하지만 지원금 대부분이 공공시설 복구에 투입되면서 정작 피해 주민들에게는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실제 사상 최악의 수해를 입은 충청지역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집이 침수하면서 벽지가 떨어져 회색 시멘트벽이 드러났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창호도 엉망이다.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 망가진 집을 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남의 집에서 전세를 사는 기초수급자들도 수두룩하다.
충청권 3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이후 이들은 오히려 상실감만 커졌다. 공공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재난복구비 중 국고 지원 비율이 높아졌을 뿐 민간시설 복구에 지원되는 돈은 없기 때문이다.
일반 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지급되는 재해지원금과 인명 피해에 따른 지원금, 생계지원금이 전부다. 집이 완전히 부서졌을 때는 최고 900만원, 침수됐을 때는 10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법령상 추가 지원되는 것은 없다.
청주시가 집수리를 도와주기 위해 긴급 주거 지원에 나섰지만 전셋집에서 사는 기초수급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수재민이 주택 소유주일 때 지원이 가능하지만 세입자의 경우는 지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이에 따라 기초수급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원자를 물색해 연결해 주고 있다.
청와대는 특별교부금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행에 옮겨질 지는 두고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의 미온적 태도다.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번 수해 피해에 대해 공동의 노력이나 대응이 부재한 상태다.
이들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도 하지 않았다. 이는 기초의회 의원들만도 못한 처사다.
천안시의회와 청주시의회, 보은군의회, 괴산군의회, 증평군의회 등은 잇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 촉구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의원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전부다.
박 의원이 특별재난지역 기준 개선을 골자로 발의한 개정안은 태풍 차바 피해를 게기로 이미 지난해 10월 발의된 법안이다.
이 법안 통과된다고 해도 이번 피해복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의원들은 모두 27명이다. 중앙에서 입법 활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이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은 지역주민이다.
충청지역 정치권은 남의 동네 이야기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모두가 초당적으로 합심해 직·간접적 후속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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