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식 <사진작가>

신우식(사진작가)

카메라를 메고 작품사진을 찍겠다고 부지런을 떨고 다닌 지가 벌써 40년이다.

카메라라는 기계와 필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영상에 도취되어 가족들에게는 빵점짜리 가장으로 취급 받으며 사진 속에 빠져 지내며 벌써 고희가 가까워지니 사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사진에 입문한 후 알게 된 사진작가는 한 둘이 아니지만, 그동안 사진작가로 존경하는 분들도 또한 여러분 계신다. 그 중에서도 특별한 분을 꼽으라면 자연생태 사진작가 조유성 선생이시다.

조 선생님은 어느 날 한적한 곳에 조명등을 켜서 곤충을 유인하여 촬영을 하고 싶다며 내가 살고 있는 산골 농원으로 오셨다.

 여류사진작가로 조그마한 체구의 조 선생님은 몇 일간 머무르겠다하셨다. 나는 원로 작가의 작업을 지켜도 볼 겸 배우기도 할 겸 곁을 떠나지 않고 모셨다. 그렇게 하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먼저 ‘사람이 어느 한 가지에 집중을 하고, 무엇인가를 얻으려면 저 정도는 돼야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오신 날 차 안에서 주무신다기에 “제 집에 방이 많으니 구태여 차에서 주무실 일이 있습니까?” 라며 방 쓰실 것을 권했으나 굳이 차 안이 편하다며 사양을 하셨다. 식사 또한 주변의 나물을 뜯어다가 된장국을 끓여 드셨다.

새벽부터 조명등 주변에 붙어 있는 여러 종류의 곤충사진을 수백 장씩 촬영하고, 야생화와 곤충의 조화 , 곤충의 생태, 식물과 곤충의 공생관계 등을 세세히 설명해 주셨다. 단순한 사진작가가 아니라 식물학자요, 곤충학자였다.

“어떤 사진이 효자가 될지 모르니 많이 찍어서 활용하라”는 당부에 그러겠다는 대답만 하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그분이 만드신 곤충도감과 식물도감을 받았다. 두텁고 무거운 두 권의 책을 펼치면서 나는 심히 부끄럽고 괴로웠다. 우선 내가 사진작가로 ‘이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반문 하면서 대충대충 넘어온 사진 인생에 깊은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또 한 가지 그분은 꼭 집어서 가르치는 제자가 없다기에 왜 그러시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 나이든 사람으로서 제자가 생기면 특정한 사람에게 치우치게 돼 이를 경계해야 된다”는 말씀이었다.

나는 오랜 세월 사진 강사도 역임했고, 지금도 후배 사진인들을 위해 학교에서 사진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살아 왔는가?,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뇌이면서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조 선생님은 요즘 주로 인도네시아 밀림지대에서 꽃과 곤충을 촬영하시느라 장기체류하고 계신다. 일 년에 한두 번 카톡으로 안부만 전해 듣고 있지만 밤낮 없이 곤충과 야생화에 매달리고 계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조유성 선생님, 존경합니다. 이제 저도 남은 인생을 무엇인가를 남기고 갈 수 있는 사진인으로서의 마무리 작업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돼, 동안 촬영한 필름과 파일을 정리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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