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고세율 42%·법인세 25%
근로장려세제 최대 250만원 지급
세수증대효과 연간 5조5000억원…
서민·중기는 8200억원 부담 감소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초고소득자와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하는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부자증세’ 시대가 개막했다.

정부는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이달 말까지 차관·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세입기반 확충이란 큰 틀 아래 마련됐다.

정부는 우선 소득재분배 및 과세형평 제고를 위해 과표 5억원 초과구간에 적용되는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2%포인트(p)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3억∼5억원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부과한다.

이번 소득세율 인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인원은 9만3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현행 20%인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은 과표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대주주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상속·증여세 납세 의무자가 자진해서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7%를 공제해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는 내년 5%, 2019년 3%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세입 기반 확충 차원에서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돼 기존 22%에서 3%p 높아진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2016년 신고기준 129개 대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축소, 설비 투자세액공제 축소, 대기업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도 2019년 50%로 하향 조정되는 등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로 확보한 재원을 취약계층과 영세기업 지원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우선 세제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차원에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투자가 없더라도 고용증가 때 중소기업은 1인당 연간 700만∼1000만원, 중견기업은 500만∼700만원, 대기업은 300만원을 공제하기로 했다.

고용을 증가시킨 중기가 인원을 유지할 경우 사회보험료의 50∼100%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의 적용기한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된다.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1인당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일몰을 1년 연장한다.

중기 취업자에 대해 소득세를 70% 감면해주는 방안도 적용기간을 취업 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임금을 증가시킨 중기의 세액공제율은 10%에서 20%로 상향조정한다.

박근혜 정부 때 설계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일몰 종료시킨 뒤 기업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임금 증가, 상생협력에 더 많이 쓰도록 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신설해 대체하기로 했다.

새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방향에 맞춰 내년부터 창업기업이 전년보다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면 고용증가율의 절반만큼 50% 한도로 소득·법인세를 추가로 감면해주고,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사내벤처도 창업기업 대상에 포함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의 양극화 해소 의지를 담아 소득재분배를 개선하고 서민·중산층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거 담겼다.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10% 인상해 단독가구는 최대 85만원, 홑벌이 가구는 200만원, 맞벌이 가구는 2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월세지급액의 12%를 75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현재 세액공제율은 10%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 세법개정안은 저성장·양극화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개선에 역점을 두면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위한 세입기반 확충에 중점을 두고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면 연간 5조5000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연간 6조2700억여원 세 부담이 늘지만,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8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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