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은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급 미사일 1기를 쏘아올렸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이 갖는 중대한 의미는 북한의 벼랑끝 행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적극적인 강경책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강경대응에는 물론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돼 있다. 그것은 바꿔말하면 우리나라가 자칫하면 전쟁의 발발이라는 극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가 ‘8월 위기설’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 4월에도 한차례 벌어졌었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인 태양절을 기화로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한반도 주변 해역으로 항공모함을 결집시키고 전략자원을 총동원하는 등 ‘선제적 무력시위’에 나섰으나 다행히 위기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국의 군사력에 위축돼 김정은 정권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휘발성 강한’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는 낙관은 위험하기 짝이없는 생각이다. 김정은이 이미 공언했던 바, 그는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미국에 수시로 안겨주기 위해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의 성능은 맛뵈기 큰 선물 보따리다. 김정은은 추후 핵실험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의 공언을 실현시키면서 ‘몸값’을 부풀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였다.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컨트롤을 우리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것인데, 북한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ICBM급 미사일을 쏘아올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벌써 일곱번째 미사일 발사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ICBM 추가 발사로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어섰고, 문재인 정부의 안보 무능으로 국민의 불안감도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한국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대와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자체가 애초에 허상으로, 베를린 선언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북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짝사랑’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8월 위기설’이 불거지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위기설에 대해 크게 집착하지도, 위협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격으로 요란스레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안보는 그렇지 않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유비무환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보 불감증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또한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혹여나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민족적, 국가적 대재앙이 되고 만다.
‘설마’가 사람잡는 법이다. 전쟁은 종종 사소한 일로부터, 아주 우연한 일로부터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벌어지면 수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막아야 한다. 전쟁은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가 아닌 전무(nothing)요,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의 문제가 아닌 죽음(not to be)이기 때문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