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민주당 형평성 어긋…내년 지선 위한 ‘꼼수’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지역 사상 최악의 물난리 속에 외유성 유럽연수를 강행, 자유한국당으로 제명된 충북도의원 3명이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한 것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학철(충주1) 의원은 지난 2일 한국당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김 의원은 유럽 연수를 떠나게 된 과정을 해명할 기회와 함께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며 소명할 기회를 달라고 한국당 윤리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책임을 행정문화위원장인 내가 떠안겠다”며 “다른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고려해 달라”고 말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앞서 1일 박한범(옥천1)·박봉순(청주8) 의원도 재심을 신청, 이번 유럽연수로 물의를 빚었다가 제명 조치를 받아든 도의회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재심을 요구한 셈이 됐다.

한국당의 당헌·당규 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징계에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이들은 국외 연수를 떠나게 된 배경과 조기 귀국 상황, 충남도의원들과 형평성 문제, 같은 사안인 더불어민주당의 징계 안건 기각 등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면 징계 수위를 낮춰 당원권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명된 당원이 당시 당에 복귀하려면 징계가 통보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야 복당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채 10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제명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이들은 의원직 사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칠 수 밖에 없다.

이들 3명이 지난달 31일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자체 징계를 요구하고 중앙당에 제명 재심을 신청한 것은 의원직 유지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해외연수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최병윤(음성1)의원은 지난달 25일 사퇴를 선택했다.

최 의원은 이날 도당 윤리심판원 전체최의에 출석해 소명절차 과정에서 자진사퇴의 뜻을 전달, 제명 수준의 징계를 검토했던 민주당은 ‘징계의 건’을 기각했다.

이들 두고 한국당은 “음성군수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최 의원이 한국당의 경우처럼 제명이나 중징계 결정없이 자진사퇴하고 민주당이 추가 징계 없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최악의 가뭄 속에 지난 6월 해외연수를 다녀와 여론에 뭇매를 맞은 충남도의원들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충남도의회 농업경제환경위원회 소속 7명은 지난 6월 19일부터 8박10일 일정의 유럽연수를 다녀왔다. 충남 서부지역이 최악의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는데 관련 상임위 도의원들이 관광 일정이 수두룩한 연수를 떠나자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이틀 전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는 결의문까지 채택해 ‘충북도의회가 충남도의회를 보고 배웠다’는 뒷말도 나왔다.

한국당은 가뭄과 홍수는 질적으로 다르고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어떻게 충남도의원들을 징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뭄은 3월부터 지속해서 이어졌지만 홍수는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 서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한국당에서 제명된 충북도의원 3명이 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자진 징계를 요구하고 난 후 곧바로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한 것은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당내에선 징계 수위를 낮춰보려는 이중적인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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