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표류 끝에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롯데컨소시엄을 선정, 순항을 기대했던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이 롯데측의 계약연기 요청으로 또 다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충남도와 롯데는 지난해 7월 29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지난 7월까지 안면도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실행 내용을 담은 본 계약에 서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롯데 측이 최근 본 계약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가 지연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충남도는 법률자문 등을 통해 롯데 측의 요청을 수용하고, 지난달 28일 태안군 및 롯데컨소시엄과 본 계약 기한을 연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만 연장 기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본 계약 기한을 내년 3월 28일로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안면도 개발사업이 8개월 이상 연기되게 됐다.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은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소나무 숲 등을 가진 천혜의 휴양지인 안면읍 승언·중장·신야리 일대 299만3000㎡에 워터파크,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충남도는 1991년 관광지 지정과 함께 안면도 개발에 시동을 걸었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표류하다가 2015년 말 사업자 공모를 다시 시작하면서 재추진됐다.
롯데컨소시엄은 당시 사업제안서를 통해 안면도를 '바다와 태양을 담은 나만의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오는 2020년까지 안면도 3지구 56만3085㎡에 2107억원을 투입해 68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 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롯데 측이 법인 설립 과정에서 95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유치하지 못해 본 계약 체결을 부득이 미룰 수밖에 없게 되면서 거창한 계획과 보랏빛 꿈은 단숨에 깨졌다.
돌이켜보면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사업도 드물다. 1989년 관광지 지정 시점까지 기산하면 무려 28년 세월이다. 그 사이 중국 관광객 증가 등 외부 여건이 좋아진 부분도 있다. 그런데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도 사업자 선정이 일차적 관건이다. 국제관광지 좌초의 쓴맛은 한번으로 족하다. 이전에도 그랬듯 이후에도 세계경기 침체나 투자자만 탓할 수는 없다. 여러 요건을 정밀히 따져보고 현실성 있는 계획인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안면도 주민들은 관광지 지정 이후 오랜 불편을 겪고 있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재산권 행사 제약과 임대료 상승 등의 불이익까지 감내해야 했다. 현실에 바탕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롯데 측의 계약연기와 충남도의 안일한 대처는 안면도 주민들의 의심과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충남도가 롯데 측의 요청을 수용해 본 계약 기한을 내년 3월 28일로 명시했지만 계속해서 롯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건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 보듯 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하다.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경기를 더욱 짓누른다는 점, 선의의 피해자격인 안면도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사업 지연에 따른 파장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해묵은 현안 해결 여부는 안 지사의 역량을 헤아리는 시험대가 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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