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인

용천사 꽃무릇

홍해리

 

내 사랑은 용천사로 꽃 구경가고

혼자 남아 막걸리나 마시고 있자니

 

발그림자도 않던 꽃 그림자가

해질 임시 언뜻 술잔에 와 그냥 안긴다

 

오다가 길가에서 깨 터는 향기도 담았는지

열 예닐곱 깔깔대는 소리가 빨갛게 비친다

 

한 평생 가는 길이 좀 외로우면 어떠랴마는

절 마당 쓸고 있는 풍경 소리 따라

 

금싸라기 햇볕이 이리 알알 지천이니

잎이 없어도 꽃은 잘 피어 하늘 밝히고

 

지고 나면 이파리만

퍼렇게 겨울을 나는

 

꽃무릇 구경이나 가고픈

가을날 한때.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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