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가시연꽃
김은숙

팔월 연지蓮池에 가라
연잎 그늘 아래
맨 마지막 마음까지 목을 내리고
구름도 슬며시 등을 기댄다

늦은 허기 덤불이 되어버린
마음 길섶을 쓰는 사이
그렇게 저물고 놓아버리는 것들이
뒤척이기도 하고
울음이며 통증 같은 것들이
따갑게 일어서기도 하는데
주름진 이파리는 푸른 경전을 읽어간다

팔월 연지에 가라
따끔하게 돋아나는 서슬 푸른 목소리
하늘마저 물 밑으로 곤두박칠쳐도
가시 돋은 꽃자루 제 몸의 어둠 물고 환해지며
자줏빛 서원 세운 가시연꽃 부처로 피고

귀밑머리 하얗게 묵은 소리를
불현듯
가시연 오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집 ‘손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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