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철 <한국도서관협회장>

거의 20여년 전 연고가 전혀 없는 청주대로 부임하면서 가족 전체가 청주로 이사를 왔다. 이사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첫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것이다. 당시 청주시를 당연히 교육문화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시립공공도서관이 하나도 없는 전국에서 유일한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였던 전국문화기반시설(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집)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파악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공공도서관의 건립과 운영’은 교육문화도시를 가늠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로 다루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이 무렵에 청주시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도서관의 건립을 요구했다. ‘1999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도서관 건립비 45억 원 지원으로 1999년 10월 청주시립정보도서관 건립 계획이 수립되면서 2000년부터 부지매입 등이 추진됐다.

1999년 말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당해 연도 마지막 평가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청주로 내려와서 귀가하기에 앞서 대학연구실에 들렀다. 지역의 공공도서관 현황과 건립 관련 건의문을 작성하여 청주시장, 충북교육감, 충북도지사에게, 이어서 관련 부서장에게도 팩스로 송부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학에서 도서관경영을 전공하는 교수로서 청주시 공공도서관 건립 및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청주시립도서관의 건립과 관련한 시의회 주관 공청회 참석, 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에 공공도서관 건립을 바라는 건의문 올리기 운동, 일간신문에 공공도서관의 필요성 관련 기사 기고, 도서관 설계공모 심사, 2003년 청주시립도서관 개관, 2004년 청주기적의도서관 유치·건립·운영 참여 등을 들 수 있다. 이를 기화로 청주청원도서관 등 권역별로 공공도서관의 건립이 지속되었으며, 최근에는 강내도서관이 개관되었고, 금빛도서관의 기공식도 이루어졌다.

분명 청주시는 교육문화도시로 재도약할 것임을 확신한다. 공공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20여 년간 여러 지자체장이 바뀌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 청주시는 개신·가경동지역과 청주테크노폴리스지역에 각각 1개관씩 추가 2개관을 건립하여 전체 15개관에 이르면 권역별 공공도서관 기본적인 체계를 확립할 수 있고, 전국에서 주민 수에 대비하여 도서관 수가 중상위권으로 진입하게 된다. 최근 청주시는 제2차 청주시 도서관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도서관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에도 큰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2006년부터 거의 10년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책 읽는 청주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시민독서운동을 통한 공공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지원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어느 곳이건 누구이건 간에 공공도서관의 중요성을 얘기하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국제적으로도 공공도서관이 발전한 나라로서 선진국이 아닌 나라가 없고, 대학과 그 대학도서관의 평가 순위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제는 도서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교육을 제도적으로 시행할 때도 되었다. 지금까지는 우리 교육제도에서 도서관에 대한 교육은 도서관의 사전적 정의만을 이야기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서관’에 대해 많이 알려진 사실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버드대 총장이었던 엘리어트는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다”라고 했으며, 빌 게이츠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도서관이다”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공공도서관 수는 미국 전역의 햄버거 가게 수보다 많을 정도로 미국을 도서관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카네기도 “도서관은 이유 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라고 하였다. 나아가 여건이 허락되면, 청주시가 명실상부한 교육문화도시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초·중등뿐만 아니라 대학을 포함한 공교육에서 도서관 자체 및 도서관과 함께하는 교육의 시행과 정착에 기여하고자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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