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주(청주대 교수)

▲ 정진주(청주대 교수)

일반인들은 가령 주택을 건축하고자 할 때 어디에서부터 시작할까?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분들은 수십 권의 잡지를 보고, 인터넷을 끊임없이 검색하고, 각종 주택박람회를 다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그리고, 흔히 ‘업자’라고 말하는, 우리 주변의 주택이나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근린생활시설 등 작은 건물들을 주로 시공하는, 소규모 시공자를 먼저 만나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이 더욱 많다. 반면에, 예전에 비해 많아졌긴 하지만, 유명하건 혹은 그렇지 않건,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건 혹은 타인에게 추천을 받건, 처음부터 건축사를 먼저 찾아가는 일반인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왜 “좋은 건축사”를 찾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다른 도시나 지역을 가도, 우리 주변에서 늘 보아왔던 주택들을 카피하듯 똑같이 지어진 모습들을 너무도 자주 보곤 한다. 때문에 일반인이든, 건축 전문가이든 특징없이 비슷하게 지어진 모습에 “우리의 건축 수준이 이 정도인가?”하고 안타까워한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적은 금액으로 좋은 주택을 짓길 원한다. 그러나 ‘업자’들은 공사금액을 낮추려면 싼 재료를 써야하고, 비싼 인건비, 재료값 상승 등의 여러 이유를 붙여, 그러한 결정은 하자가 초래될 지도 모르고, 자신은 책임이 없으니 건축주가 판단하시오 라고 공을 돌린다. 그러다보니 건축주들은 도면 몇 장에 돈을 많이 지불하는 게 자못 아까운 생각이 들어, 설계금액을 깎아보려고 한다. 게다가 소수의 ‘업자’ 들이 이러한 일을 은근히 부추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그려줄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는 무책임한 건축사들이 있기도 하다. 슬프면서도 한심스러운 일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그려온 몇 장의 설계도면이 있다면, 이 전에 그려졌던 도면을 일부 변형한 재탕이든지, 전혀 대지와 주변 환경 또는 그 주택에 살게 될 건축주와 가족을 고려하지 않은 한 낱 종이밖에 되지 않는다.
가령, 주택을 한 채 짓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인·허가기간은 별도로 하고, 건축주(가족 포함)와 건축사가 만나 기획, 현장 답사, 수시 면담, 기본계획, 수정, 행정기관 협의, 실시설계까지는 대략 몇 달이 소요된다. 서로간의 합의를 위해 1년여의 긴 숙고 기간이 소요된 사례들도 많다. 이후 계절적, 경제적인 여러 이유가 있지만, 보통 4~5개월 정도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면 완공된다. 이 기간 중에 건축사는 현장에 나가 공사를 확인하고 감리하고, 필요하면,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설계변경을 하면서 완공될 때까지 책임을 집니다. 이런 과정에서 인건비, 작업비, 경비가 계속 소요되고, 외주비와 세금 등도 지출된다. 이같이 복잡하게 수반되는 업무과정,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 기능적이고, 튼튼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건축물을 계획, 설계한 건축사의 정당한 업무에 대해 최소한의 적정 설계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아니 그 금액조차 낮추면서 좋은 건축을 원하는 것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게 “좋은 건축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출판사업자 모씨는 은퇴후 취미실을 포함한 30평 정도의 작은 주택을 강화도에 짓기 위해 설계를 마치고, 설계비도 모두 지급했다. 도면 검토를 부탁받은 저는, 수준 이하의, 무책임한 설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성실한 여성 건축가를 추천해 주었다. 그 건축사는 건축주 부부의 요구와 생활 패턴, 주거와 취미생활의 공간 분리와 조화, 평생 모은 고서의 보관·전시공간, 넓은 창고, 바닷가 비바람과 소금의 영향 때문에 내후성을 깊이 고려한 재료 선택과 지붕의 경사, 대지 뒤편 고즈넉한 언덕과 연계한 마당, 수목, 텃밭 배치, 기존 주민들과 소통하는 외부 응접공간 등을 철저히 설계에 반영했다. 함께 수개월간 고민하고, 도면과 모델을 통해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주고, 수없이 도면을 변경해주고, 경제적인 재료와 인테리어 단가표를 작성해 주고, 현장에 함께 가고, 성실하고 양심적인 시공자를 추천해주고, 공사시작후부터 입주시까지 확인해야 할 모든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주는 등 최선을 다해준 성실한 모습에, 모씨는 “인생 건축사”를 만나, 앞으로 남은 여생을 보낼 최고의 주택을 짓게 되었다고 너무나도 행복해 한다. 그 분의 말씀으로 “좋은 건축사”는 어떻게 구분해서 만날 수 있는 가를 대신하고자 한다.

좋은, 아름다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손쉬운 시작은 무엇일까?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주택을 짓고자 하시면, 주변에 알고 계시든, 아니면 추천을 받으시든, “좋은 건축사”를 찾아 만나보자. 평소 괜찮은 건물이라고 눈여겨 본 건물의 설계자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상담만 받고, 실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항들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시작해 나가면 된다. 예전에 잡지나, 인터넷, 주택박람회 등에서 보았던 자신이 좋아한 사례를 보여주거나 참고해 달라고 부탁해도 된다. 이해가 안 되고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진지하게 다시 요구하자. 건축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큰 돈을 들여 내 주택을 짓는 데 절대로 불편해하지 말자. 그들은 대가를 받고, 건축주들에게 그렇게 서비스하라고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훈련하고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
주택을 짓고자 하는가? 지금 “좋은 건축사”를 만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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