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석 <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1978년 9월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한송초등학교에 새내기 교사로 교직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바로 어제의 일 같은데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40년을 보내고 정년퇴임을 6개월여 앞둔 지금 옛 시절을 돌이켜보면 파노라마가 되어 지나가는 추억들과 교차하는 여러 생각들로 입가에는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어릴 때 학창시절의 추억은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대부분 그리움과 향수로 다가온다.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여름 냇가에서 멱 감는 모습, 좁은 운동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아이들, 교장선생님의 훈화, 콩나물 교실, 난로 위에 켜켜이 쌓여진 도시락과 점심시간에 진동하던 김치 냄새, 동네 잔치였던 소풍과 운동회 등등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 기억 저편의 그리움과 기억들은 아름다움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은 달갑지 않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성세대의 인구보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턱없이 적어 마을에서는 아이 울음소리를 쉽게 들을 수 없는 인구절벽의 어려움이 닥치고 있고,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아주 커다란 변화의 물결도 우리 앞에 놓여있다.

한마디로,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인 ‘뷰카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큰 분기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1년에 50만 켤레를 만드는 독일의 유명한 신발회사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 현장에는 단 10명의 근로자만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충청북도에는 제천시를 비롯하여 11개 시군이 있는데 앞으로 30년 이내에 5개 정도의 군지역이 없어질 위기에 있다고도 한다.

산업사회는 개인 성장, 개인 간의 경쟁, 지식 습득 위주의 교육이었다면 앞으로의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개인을 넘어서서 협력을 통한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핵심역량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5가지를 꼽으라면 창조적 역량, 도전 정신, 자신감, 협동하는 능력, 민주적 의사소통 능력을 들 수 있다.

요즈음 제천지역의 학교에서도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조용하지만 서서히 큰 물결로 일어남을 감지할 수 있다.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뀌고, 학교가 바뀌면 아이들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중심수업, 거꾸로 수업, 배움중심 수업, 학생중심 수업 등이 그 변화의 중심이다.

올해에 처음 시작한 제천행복교육지구 사업도 아이들에게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적 고민의 결과이다. 제천지역사회, 제천시, 제천교육지원청이 함께 ‘마을은 아이를 품고 아이는 자라서 마을을 품는다’는 슬로건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지역의 인재를 길러내고, 정주여건을 강화하여 제천시 전체를 교육생태계로 만들고자 하는 민·관·학의 협력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 모델이다.

제천은 나를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고 품어준 고장이라 남다른 열정과 애착을 갖게 한다. 이 열정으로 얼마 남지 않은 공직기간 동안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라는 제갈량의 말처럼 집단지성의 지혜로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해 본다.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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