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 ‘말의 전쟁’에 동북아의 긴장감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지만 국민불안을 해소할 만한 정부와 정치권의 이렇다 할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의 대륙간타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이은 미국령 ‘괌 포위 사격’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거듭 밝히며 초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휴가지에서 자신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빈말이 아닌 진실임을 재확인해 줬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이용한 대북 선제타격 가능까지 거론하고 있다.
북한은 연일 주민들을 상대로 궐기모임을 하면서 비상대기 태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가졌고, 10일에도 인민무력성 군민집회와 인민보안성 군무자(우리의 경찰) 집회를 각각 열었다.
미국과 북한의 강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지난 11일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의 대량매도로 코스피 지수가 39.76p(1.69%) 급락한 2319.71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65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최근 2년 새 최대 규모로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사흘사이 80p가량 떨어졌고, 원·달러 환율도 연일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은 이런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군은 수뇌부 교체이기는 하지만 지난 11일에야 전국 작전지휘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태세를 주문했다. 여름휴가까지 반납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11일에는 하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로 북한 도발 대응방안을 협의했지만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데는 미흡했다.
28개 유럽국가들의 모임인 유럽연합(EU)은 14일 동북아 북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정치·안보 긴급회의를 연다.
북미 간 ‘말의 전쟁’에 EU가 긴급 안보회의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프랑스까지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숙제다. 초당적으로 범국민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화성-14형 1차 시험발사 직후인 지난 7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대북 결의문은 채택됐지만, 국회 차원의 결의안 채택은 논의조차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국가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지가 있음을 피력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 긴급안보회담을 제안했다.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공유하고 초당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 ‘8월 위기설’로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국가안보를 초당적으로 논의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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