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 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청주시의 최대 현안은 통합후 급증한 환경관련 민원 해결이다. 청주제2매립장 조성, 가축분뇨처리장 갈등, 청주광역소각장 화재 등 굵직한 민원은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민원까지 합치면 머리가 뽀개 질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청주시 예산의 3분의1 가량이 환경관련 예산이라니 그 강도를 알 수 있다. 그렇다보니 환경부서 근무를 명 받은 직원들이 ‘나 죽었다’ 하고 고개를 떨구고 틈만 나면 다른 부서로 빠져 나가려고 기 쓰는 것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중에서도 청주제2매립장 조성사업은 현안중 단연 압권이다. 2013년 후보지 공모를 거쳐 작년에 어렵사리 오창읍 후기리로 부지가 결정됐다. 2매립장은 혐오시설을 꺼리는 님비현상을 극복했고 후기리에서 반경 2㎞ 내에 있는 천안시 동면 주민들의 합의도 도출해 내 혐오시설을 성공적으로 선정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부지 결정 1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조성 방식을 놓고 주민들간 마찰이 일고 청주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게 주 원인이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착공해 2019년 말 완공하겠다는 청주시의 계획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청주시가 상공에 덮개를 씌우는 ‘지붕형’으로 계획,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놓고 뒤늦게 지붕이 없는 ‘노지형’으로 변경한 것이 갈등을 촉발시켰다. 변경 자체가 입지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행정의 일관성을 부정하고 나아가 특정업체의 특혜의혹으로 이어졌다.
시는 당초 소각1호기의 용량부족으로 음식물이 혼합된 가연성 폐기물이 매립되면 극심한 악취발생이 우려돼 지붕형으로 계획해 입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2년 이상이 지난 2015년 7월 소각 2호기 가동이후 가연성 폐기물을 전량 소각하고 매립장에는 소각재 등 불연물만 매립돼 악취나 침출수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점을 들어 작년 11월 조성방식을 노지형으로 변경 추진했다.
매립장 입지로 결정된 후기리는 산악지형으로, 당초 계획대로 지붕형으로 조성하려면 높이 5~44m, 길이 564m의 옹벽을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 20층 높이와 맞먹는 규모로 대청댐 수문 크기를 생각하면 쉽게 상상이 간다. 또 임야쪽으로 높이 61m를 절개, 축구장 8면 규모의 건축부지 조성을 위한 산림을 훼손해야 한다. 사업비도 664억원이 들어가 노지형의 346억원보다 300억 이상이 더 소요된다.
특히 지붕형은 확장이 불가능하고 사용기간이 20년에 불과해 10년 후에는 제3의 매립장을 또다시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노지형으로 건설하면 옹벽을 설치하거나 임야를 절개할 필요가 없으며 확장성도 1단계 20년, 2단계 20년으로 총 40년동안 이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장래 활용면에서도 지붕형은 실내축구장, 실내 테니스장 등으로 공간 활용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노지형은 공원, 캠핑장, 야외공연장, 테마파크, 환경체험공간 등 다양하다. 지금 청주시민들의 절대적 인기를 끌고 있는 문암생태공원이 좋은 예다. 21만㎡ 규모의 문암생태공원은 서울의 난지 한강공원처럼 쓰레기 매립장에 조성된 가족소풍·힐링의 장소다.
그럼에도 청주제2매립장은 청주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겉돌고 있다. 다음달 7일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서도 예산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쓰레기 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의 청주광역확장매립장은 2019년말 매립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2매립장 조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2매립장 조성을 둘러싼 다수당 한국당과 소수당 민주당의 감정 싸움은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의 해외 골프여행이 불거지면서 극에 달했다. 자신들이 특혜의혹을 제기한 폐기물업체 임원과 해외골프여행을 다녀온 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행정사무감사를 거부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젠 시간이 없다. 환경을 덜 훼손하고 예산의 효율성, 매립장 운영의 확장성 등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이미 정해진 사업계획이라 해도 바꿔 시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속 정당이 시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당 의원들이 찬성한다고 해서 반대만 한다면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소아병적인 의정활동이다.
2매립장 조성이 지연되면 쓰레기 대란은 피할 수 없고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게 자명하다. 그래서 가상해서 하는 말인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청주시와 의회를 장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 보나. 쓰레기 대란 책임과 비난을 비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시정 추진이 불능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민주당이 청주시의회에서 만년 소수당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역지사지(易地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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