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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수능 개편, 답은 없나?<홍연기>
풍향계-수능 개편, 답은 없나?<홍연기>
  • 동양일보
  • 승인 2017.08.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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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연 기(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 홍 연 기(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교육부는 지난 8월 10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020년 말에 응시하게 될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수능 개편안은 문·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 기초 소양을 지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낸다는 목적으로 2015년 9월에 확정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것이다. 2021학년도 수능의 개편방향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을 반영하여 기초 소양 함양과 더불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과 선택과목을 활성화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는 수능 과목의 점수체제, 평가방식을 마련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수학능력 시험의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학능력 시험 이전에는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있었다. 1982년도부터 1993년도 까지 시행되었던 학력고사는 말 그대로 무조건적인 암기를 요구한 시험이었다. 이 같은 단순 암기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수학능력 시험은 사고력 중심의 평가로 도입 초기에 많은 기대를 받았던 시험 방식이었다. 올해로 24년이 된 수학능력 시험은 그동안 수능 응시 횟수 조정, 응시 교과목 변경, 등급제 및 표준점수제 도입 등과 같은 크고 작은 16여회의 개편을 겪었다. 사실상 거의 매년 개편을 겪었다고 할 수 있는데 대입 시험을 우리나라와 같이 자주 손보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이처럼 잦은 제도 변경은 수학능력 시험의 제도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상실하게 하였다. 수학능력 시험이라는 말 그대로 대학 진학 이후의 수학(修學)능력 측정은 온데간데없고, 보수진영 집권 시에는 변별력 강화, 진보진영 집권 시에는 학습 분량 및 사교육 경감에 제도 개편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는 중국의 옛말처럼 수능제도 개편 의도와는 달리 입시 업자들은 변경된 제도 하에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이를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고가에 판매한다. 물론 이들 방법은 수학능력 향상과 별로 상관없다.

그렇다면 이번 수능시험 개편안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가령 내년부터 예정된 통합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혼합된 교과목인데 통합교과목 운영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일선 고등학교들의 준비 여부는 의문이다. 통합과학 교과를 운영하려면 이를 구성하는 기존 4개 교과목을 동시에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혹은 통합과학 교과는 전공이 상이한 여러 교사들이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팀 티칭(team teaching) 제도의 도입도 필요한데 아직 고교 교육과정에서 팀 티칭 도입 여부가 논의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금번 수능 개편안에서는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영역을 확대하여 수험생의 수능시험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하였다. 어차피 변별력이란 이름으로 어떤 식으로든 수험생을 줄 세우기 위해 대학 당국들은 대책을 강구할 것이고 그 결과 절대평가가 적용되지 않는 과목의 상대적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다. 또한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대입에 대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수시모집의 비중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이고 학생부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학생부가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정책 본연의 목표와는 달리 ‘금수저 전형’, ‘사다리 전형’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일각에서의 불신이 불식되지 않는 한 대입에서의 수능 비중 약화가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재고해야 한다. 

1980년대는 군부독재로 얼룩진 암흑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당시 시행되었던 학력고사제도 만큼은 그것의 교육적 효과와는 별개로 제법 괜찮은 제도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학력고사가 당시의 과외 금지조치와 함께 평가의 객관성, 기회의 균등성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대학을 신분 상승과 좋은 직장을 위한 경제적인 토대로서 바라보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평가의 교육적 목적이 아닌 평가의 공정성, 평가 기회의 균등성이라고 판단한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앞에서 대학 본연의 설립 목적을 회복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교육 기회 균등과 공정성 확보는 사회 전체의 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교육 당국의 훌륭한 정책적 목표도 기회의 평등과 제도의 공정성이 상실될 경우에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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