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국민을 위해 채무를 면제해주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소각’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은 상환 능력이 없는 장기 채무자를 대상으로 대물림으로 돈을 받아내는 추심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의 고통을 줄여주고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 등지에 빚을 진 뒤 못 갚는 25조7000억 원 규모의 빚을 탕감해준다고 한다.
금융채권의 경우 소멸시효가 5년 이상이거나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통한 시효 연장으로 연체 발생 후 15~25년 경과 시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대상이라고 한다.
빚을 못 갚는 기간에 따라 금융기관이 선별적으로 탕감해준다고는 하지만 어찌됐든 이번 조치로 약 214만여 명에 달하는 채무자들이 금융거래 시 겪는 불이익이 해소된다고 한다.
금융기관에 빚진 이들에게는 엄청 반가운 소식이다.
‘빚 권하는 폐습을 버리고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모토로 추진하는 이번 정책은 
정부가 그동안 들려온 불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이면에는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대상에서 제외된 보증채무인들도 있다.
친구나 친지 등 주변 사람들이 금융기관 등지에서 대출받을 경우 당연히 세워야 될 조건으로 빚보증을 선 선의의 피해자들을 말한다.
빚보증을 선 친구나 친지 등 주변 사람들이 빚을 못 갚을 경우 보증인들이 대신 채무를 지게 되는 경우 보증채무인이라고 한다.
결국 빚보증을 잘못 선 대가로 보증채무인으로 남아 각종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탕감 조치에 이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유교적 색채가 강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주변 사람들이 권유하는 금융기관 이용 시 보증인 제도는 섣불리 거절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내가 해주면 너도 해줄 거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빚보증은 품앗이 개념이 크다.
그러나 빚보증을 서준 상대가 금융기관에 변제를 못할 경우 이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고스란히 보증채무인들이 지게 된다.
각종 금융거래 시 불이익은 당연하고 현대 신용사회에서 겪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한순간 빚보증을 선 이유로 돈 한 푼 써보지 못하고 대신 갚느라 어려움을 겪는 보증채무인들의 형편은 그래도 좀 더 낳은 편이다.
이들의 애환은 분명 있겠지만, 자신 빚뿐만 아니라 남이 쓴 돈까지 갚아야 하거나 못 갚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증채무인들이 부담해야 할 채무에 대한 구제 정책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채무는 갚아야 하고 채권자 권리는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
자칫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도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채무자를 독촉할 경우 대두되는 극단적인 선택과 경제활동 복귀의 길을 열어주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왕 정부가 ‘빚 탕감’에 나서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보증채무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소 방안도 세워야 형평성 차원에서 정책 기조에 대한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래야만 ‘보증서주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옛말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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